제2회 이프런티어 조찬 라운지가 10일 서울 강남구 웨스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렸다. 행사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70세에 첫 출근을 하고, 40년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세대가 한 책상에 마주 앉아 일하는 풍경이 곧 현실화될 것입니다.”
김경일 아주대 인지심리학과 교수는 제2회 전자신문 주최 '이프런티어(EF) 조찬라운지' 기조 강연자로 나서 '마음의 지혜: 한국인의 주체성과 소통 피드백과 관계주의'를 주제로, 길어진 인류 수명만큼 심화되는 기업 내 세대 갈등의 본질을 짚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심리학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1960년대생이 정상적인 영양 상태를 갖고 태어난 최초의 인류라면서, 시뮬레이션 결과 상위 100%가 130세까지 살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고 서두를 열었다. 1970년대생의 중위 수명은 120세를 넘기고, 1990년대생 이후는 사실상 '죽지 않는 세대(Immortal Generation)'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과학계에서 나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장수 사회'의 도래는 기업 환경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한 셈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 (초장수 사회에서) 기업의 성패는 나이, 젠더,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할 수 있는 '문화 지능(CQ, Culture Quotient)'에 달려 있다”며, 한국인 특유의 심리 코드를 활용한 조직 관리 전략을 주문했다.
◇ 초장수 사회와 고갈되는 노동력, 세대 공존은 '생존의 문제'
과거 기업들은 세대 갈등을 조직 내 소소한 피로감 정도로 치부했다. 그러나 인구 구조의 격변은 세대 공존을 기업의 생존 문제로 격상시켰다. 한국의 대학 입학 정원이 수험생 수보다 많았던 마지막 해는 작년이었다. 과거 한 해 100만 명 넘게 태어나던 인구는 이제 20만 명 선으로 급감했다. 노동 인구는 극도로 부족해지는데 수명은 늘어나면서, 일본이 현재 75세까지 일하는 고령화를 겪고 있다면 한국은 향후 80세, 나아가 85세까지 일을 해야만 하는 사회 구조로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업은 필연적으로 50대 장년층 부장과 20대 Z세대, 그리고 향후 진입할 알파 세대와 베타 세대까지 한 공간에서 아우르는 '초다세대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직장에서 만날 필요가 없던 상이한 성향의 사람들이 한 팀으로 묶이면서 갈등과 혐오가 과도기적으로 분출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다가올 세대 차이는 지금의 대기업들이 중학교 1학년인 알파 세대의 진입을 대비해 사무실 구조 변경과 가이드라인 제정에 착수했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한다”고 경고했다.
제2회 이프런티어 조찬 라운지가 10일 서울 강남구 웨스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렸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교수가 '마음의 지혜 한국인의 주체성과 호통: 피드백과 관계주의'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주인의식 말고 '주인공 의식'을 심어라
김 교수는 흔히 경영전략에서 강조하는 '주인의식(오너십)'의 허구를 지적하면서 “내 회사가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 대신 그는 '주인공 의식'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영화의 주인은 제작사나 투자사이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작품을 제 몸처럼 아끼고 평생 자랑스러워하며 헌신한다는 원리다. 특히 한국인은 전 세계에서 '주체적 자아'가 가장 강한 민족이다. 미국이나 중국이 권한 위임을 좋아하는 '자율적 자아' 중심이고, 일본이 타인의 요구에 자신을 맞추는 '대상적 자아(집단주의)' 중심이라면, 한국인은 '내가 세상의 중심이고 내가 없으면 조직이 안 돌아간다'고 믿는 주인공 의식(비현실적 낙관성)이 타국 직장인보다 수십 배 강하다. 이 강한 주체성을 활용하면 '슈퍼맨' 같은 인재가 나오지만, 잘못 다루면 조직의 말을 죽어도 안 듣는 트러블 메이커가 된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직장에서 갈등을 빚는 근본적 이유도 자신이 조직 내에서 '주인공'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지 못할 때 오는 좌절감 때문이라고 했다.
◇ '게임의 법칙' 적용… 성과는 따지되, 시간과 노력은 존중해야
김 교수는 세대 갈등을 줄이고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조직 관리에 '게임적 설계'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뇌 과학적으로 인간이 게임에 미치도록 몰입하는 이유는 게임이 즐거워서가 아니라, 철저하게 나를 '주인공'으로 인지하게 유도하기 때문이란 점에서다. 게임은 유저가 투입한 실시간 스코어와 노력의 흔적을 절대 무시하지 않는다. 여기에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핵심 피드백의 기술이 숨어있다. 리더가 범하는 가장 큰 실수는 나쁜 결과물을 두고 피드백할 때, 그 직원이 들인 시간과 노력까지 통째로 비웃고 무시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일주일, 혹은 한 달 동안 프로젝트에 올인한 부하 직원의 '시간과 노력'은 확실하게 먼저 인정하고 격려(개런티)해야 한다”며 “그것이 주인공의 법칙”이라고 했다. 노력을 인정해 주어 주인공으로서의 자존감을 살려준 뒤, 시차나 텀을 두고 분위기를 바꾸어 “그런데 성과가 이것밖에 안 나온 것은 문제이니 보완하자”며 '결과(성과)'를 냉정하게 깨뜨려야 조직이 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전자신문은 이번 조찬라운지 외에도 다양한 기업간 모임을 통해 산업 생태계 마련에 일조할 계획이다.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는 인사말에서 “기업은 소중한 파트너이자 동반자라며 앞으로도 깊이있는 어젠더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데 일익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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