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는 첫 주부터 정쟁과 공방으로 얼룩졌다. 국민의힘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장 출석을 집요하게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를 공격하는 데 열중했다. 일부 의원은 사적으로 주고받은 문자를 두고 서로 고성을 지르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닷새간 14개 상임위원회에서 총 17회의 국감 파행이 발생했다. 하루 3.4회꼴이다. 법제사법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5회로 가장 많았다. 두 상임위는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6선의 추미애 의원과 재선 최민희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후에너지환노위와 산자위에서도 위원장이 회의를 각각 두 번 중단시켰다.
법사위에선 첫날부터 고성과 막말이 끊이지 않았다. 13일 국감장에 출석한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추 위원장이 막으면서 의원들은 공방을 벌였다.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조 대법원장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얼굴을 합성한 팻말을 들어 올려 물의를 빚었다. 16일 감사원을 상대로 한 국감은 시작 24분 만에 파행하기도 했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과방위에서 과거에 벌인 사적 다툼을 끄집어내며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14일 국감 도중 김 의원은 박 의원이 지난달 자신에게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고 쓴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의 휴대폰 번호도 노출됐다. 박 의원은 “한심한 ××야”라고 격분했다. 두 의원은 16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우주항공청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 2라운드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나머지 상임위에선 증인 채택 등을 두고 다툼이 벌어졌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1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 현장 국감을 앞둔 법사위 소속 의원들에게 소란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여당 내 자제론도 나왔지만 바뀐 것은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토론하는 국정감사 본래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해련/이시은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