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됐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최근 배우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주식 투자 의혹에 휘말렸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방역 영웅? 재산신고는 은폐 영웅?'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 전 청장 배우자의 코로나 관련 주식 보유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정 전 청장은 국민 생명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코로나 사령탑'이었다"고 운을 떼고 "배우자 명의로 창해에탄올 5000주 등 코로나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것이 2022년 드러난 것 외에도 진단키트·마스크 기업 주식도 추가 보유하고 있었음이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 검증 과정에서 드러났다고 한다"고 적었다.
이어 "일부 주식은 고위공직자 재산신고에서 누락된 정황까지 드러났다"면서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회피·신고 의무 위반 소지가 다분한 사안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백경란 직전 청장은 주식 논란으로 민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를 받고 결국 사퇴했다"며 "정 전 청장은 왜 예외인가. 정직해야 할 공직자가 거짓으로 점철된 영웅담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대통령실이 복지부 장관 유력 후보자인 정 전 청장에 대한 인사 검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우자가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진단키트, 마스크 제조사 등 코로나 수혜주를 매입해 상당한 수익을 올린 정황이 드러났다고 알려졌다.
정은경 전 청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은 데 이어 2020년 질병관리청 승격과 함께 초대 청장으로 임명돼, 2022년 5월까지 약 2년간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높은 공신력 덕분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도 맡았다.
정 전 청장이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과 자가진단키트 사용을 당부하던 시기, 그의 배우자는 해당 품목을 생산하는 업체의 주식을 사들인 것이 사실이라면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 전 청장은 당시 국가 방역 정책의 방향을 총괄한 책임자였고, 마스크·진단키트는 당시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품귀 품목이었다. 이 때문에 해당 정보에 접근 가능한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 배우자 명의로 관련 주식을 매입해 이익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법 취지에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청장과 배우자는 둘 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에서 함께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앞서 16일까지 진행된 장·차관 등 고위급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국민 추천제를 통해 장관 추천이 쏟아졌다. 장관별로 구체적 수치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법무부 장관에 이어 복지부 장관 추천 수가 두 번째로 많았다.
차기 복지부 장관으로는 주로 정 전 청장과 이국종 국군대전병원장이 거론되던 상황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