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 판단의 원칙 반영을” 與에 상법 조문 수정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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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급물살]
‘관리자 주의’ 다하면 책임 안지게… 최근 與와 간담회 후 3차례 보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회사→주주… 기본조항 유지땐 경영 제약 불가피”

재계는 더불어민주당과 상법 개정안 관련 간담회를 연 지난달 30일 개정안 조문 수정 건의안을 정치권에 전달했다.

1일 재계 및 정치권에 따르면 경제단체들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과도하게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경영 판단의 원칙’을 개정안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기업 이사나 임원이 관리자의 주의를 다해 권한 내 행위를 했다면, 그 행위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전자주주총회 도입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사유로 발생한 문제는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의 조문을 넣어 달라는 요청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 부주의나 부정이 아닌, 시스템상의 결함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주주들이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을 막아 달라는 취지다.

중소·중견기업들은 비상장 소규모 기업의 상법 개정안 적용을 유예하는 내용을 개정안 부칙에 적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전날 “자산 2조 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은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외의 개정안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오해가 불식됐다”고 설명했지만 ‘자산 2조 원’ 기준을 살짝 넘어서는 기업 또는 해당 경계선상에 있는 상장사가 적지 않아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재계는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 등과 관련해선 건의안의 ‘총론’ 부분에 해당 조항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명확히 밝혔다고 한다.

한편 재계 단체들은 간담회 당일 밤늦은 시간까지 의견을 주고받으며 민주당에 세 차례 수정 건의안을 보내는 등 정치권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상법 개정이 코앞에 다가오자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꼭 수정이 필요한 내용을 고르고 골라 수정 건의안을 전달했다”면서도 “법안을 조율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데다 (민주당의) 법안 처리 의지가 강해 요구 사항이 반영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재계의 건의를 받아들여 일부 조항을 수정한다고 하더라도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기본 조항에 변함이 없다면 경영 활동의 제약이 불가피하다는 게 재계의 판단이다. 재계는 그동안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까지 확대될 경우 소액주주들의 과도한 소송 제기와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신사업 투자 등을 계획하고 있던 기업들도 소송을 우려해 소극적 경영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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