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2017년 파리에 세계 최대의 벤처캠퍼스 '스테이션 F'를 설립하면서 혁신 벤처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니콘도 2024년 기준 34개로 세계 6위다. 핀테크에도 힘을 쏟아 2021년만 해도 2개에 불과했던 핀테크 유니콘이 2024년엔 7개로 불어났다. 프랑스의 핀테크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자.
프랑스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작년 상반기 5.7억 달러(1일 기준)로 우리나라보다 작지만, 지난 5년간(2019~2023년) 성장률은 연 30%로 우리나라 15%의 2배다. 핀테크 기업 수(2024년 6월 기준)도 975개로 700개 내외인 우리보다 많다.
왜 이렇게 급성장세인가. 전문가들은 마크롱 정부의 '기업성장변화법(PACTE, 2019년 5월)'을 첫 번째로 꼽는다. 이 법은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목적으로 제정되어 금융벤처인 핀테크에도 플러스 효과가 컸다. 발표 후 3년간(2019~2021년) 프랑스 핀테크 투자는 연 41.9%의 빠른 성장세였고, 특히 미국, 중국 등에서 투자가 늘면서 2021년엔 핀테크 투자가 100억 유로(15.1조원)를 기록해서, 핀테크 강국인 영국(83억 유로)을 뛰어넘기도 했다. 블록체인·가상자산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서, 현재 바이낸스, 코인베이스 등을 포함한 108개 기업이 디지털 자산 서비스 제공업체(DASP)로 등록돼 있다.
둘째, 규제샌드박스(2016년 도입)를 통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다. 이를 통해 결제, 인터넷뱅크, 인슈어테크, 자산관리, 블록체인 등 핀테크 전반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게 시장 의견이다. '기업성장변화법'과의 시너지효과로 2015년만 해도 100개 미만이었던 핀테크업체 수가 2021년엔 1200개까지 급증하기도 했고, 대형 보험사인 AXA는 동제도 도입 이후 인슈어테크 인큐베이터를 설립, Qare(원격진료), Apricity(임신클리닉) 등 혁신 인슈어테크업체의 육성에 기여했다. 혁신금융서비스의 대표 사례론 Qonto(B2B 네오뱅크)와 Younited(개인대출플랫폼)을 꼽는다.
셋째, 브렉시트(Brexit)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의 EU 탈퇴로 영국의 유럽 금융중심지 위상이 약화하면서, 그 반사효과를 프랑스가 상당 부분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외국인 창업자·근로자·투자자에 대해 4년간의 프랑스 체류를 보장한 '프렌치테크 비자' 제도 도입 이후, 스타트업 캠퍼스 'Station F'엔 핀테크 업체를 포함한 78개국 1000여 개 스타트업이 입주했다고 한다.
어떤 분야가 활발한가. 시장 규모(2023년 기준)로 보면 간편결제(255조원), 인슈어테크(7.6조원), 로보어드바이저(4.5조원), 인터넷뱅크(3조원),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1.5조원)의 순이다. 우선 간편결제 시장의 급성장 요인은 NFC 기반 비접촉식 결제와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의 확산, 두 가지다. NFC 기술을 탑재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가 늘고 있고, 젊은 층 중심으로 BNPL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대표기업으론 Lydia(간편결제, 국내외 송금, 간편보험), Lemon Way(간편결제 및 전자지갑관리)가 있다.
보수적 보험의 성격과 달리, 프랑스 인슈어테크는 활발하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의 디지털 혁신 노력에 힘입어 2021~2023년간 연 20% 내외의 빠른 성장을 보였고, Alan(건강보험), Shift Technology(보험사기탐지), Wakam(임베디드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또 로보어드바이저 등 자산관리보다 현재 시장 규모는 작지만, 향후 성장성 면에서 인터넷뱅킹과 블록체인·가상자산 부문도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다. 대표기업으론 인터넷뱅킹에서 Qonto와 BoursoBank, 블록체인·가상자산에선 Ledger, Sorare 등이 있다.
끝으로 핀테크 유니콘으론 어떤 기업들이 있나. 기업가치가 50억 달러(7.3조원)에 달하는 인터넷뱅크 Qonto를 필두로 간편결제의 Lydia, 인슈어테크의 Alan과 Shift Technology, 블록체인·가상자산의 Ledger, Sorare, P2P의 Younited 등 7개다.
프랑스는 지난 5년간 글로벌 핀테크시장에서 가장 급성장한 국가 중 하나다. 영국에 이어 유럽 제 2위의 핀테크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취약한 인슈어테크, 블록체인·가상자산, P2P 부문에서 유니콘을 5개나 탄생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