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대대적인 매장 혁신과 수익성 강화 노력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시장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국내 소비 경기가 극도로 침체한 가운데 거둔 성과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주도한 그룹 쇄신 작업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 이마트는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59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작년 1분기 영업이익(471억원) 대비 3.4배 급증한 수치로, 2018년 3분기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많은 분기 이익이다. 증권사들의 추정치 평균(약 1300억원)도 200억원 넘게 웃돌았다.
이마트의 1분기 매출은 7조21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외형 성장이 거의 없었는데도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내실 위주 경영에 집중한 결과다.
이마트는 최근 1~2년 새 매장 수를 전혀 늘리지 않는 등 성장 위주 전략을 포기했다. 매장을 늘려 덩치를 키워도 정작 이익이 증가하지 않고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2023년엔 창사 이후 처음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기존대로 사업을 계속하면 반전의 계기도 마련해 보지 못한 채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컸다. 혁신의 대상은 ‘가격’과 ‘상품’이었다. e커머스보다 더 경쟁력 있는 가격과 상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승산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유통의 본질인 ‘낮은 가격’과 ‘매력적인 공간’에 집중할 것을 주문했다.
가격 혁신을 위해 작년 7월 할인점 이마트와 슈퍼마켓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합쳤다. 같은 상품을 할인점과 슈퍼마켓이 통합 구매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판매 단가를 떨어뜨렸다.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늘렸다. 트레이더스는 상품수를 줄이고 대용량으로 팔아 e커머스 대비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이 같은 전략은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와 불황 속에 빛을 발했다. 소비자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가격에 민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점의 성공이 상징적이다. 이 매장은 문을 연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숨에 이마트 전국 매장 중 매출 1위에 올랐다.
쇄신 인사도 효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작년부터 연말 정기인사가 아니라 수시 인사를 했다.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정기인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인사 조치했다. 신세계건설, G마켓, SSG닷컴 등의 경영진을 이런 식으로 교체했다. 새 경영진은 실적 개선을 위해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안을 내놔야 했다. 인력을 축소하고, 조직을 슬림화했으며, 비용 구조를 개편했다. 일부 계열사는 법인차와 골프장 회원권 등도 다 팔았다. 신세계 관계자는 “조직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며 업무 성과도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에도 남겨진 과제는 많다. 무엇보다 SSG닷컴, G마켓, 이마트24 등 적자 계열사의 ‘턴어라운드’가 절실하다. G마켓은 중국 알리바바와 합작 법인을 세워 시너지를 낸다는 복안을 내놨지만, SSG닷컴은 아직 흑자 전환을 이룰 뚜렷한 해법이 없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