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비까지 줄여 해외여행 간다"는데…여행업계 '뜻밖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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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를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30대 직장인 윤모 씨는 올해 여름휴가를 앞두고 생활비 절약에 나섰다. 환율이 오르면서 전체 여행경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해서다. 윤 씨는 "사흘에 한 번꼴로 배달 음식을 먹었는데 지금은 집에서 해 먹고 있다. 여행 전까지 최대한 비용을 아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됐지만 해외여행 수요는 꺾이지 않는 모양새다. 일상 소비를 줄여 절약한 비용을 여행에 쓰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패키지 여행 상품 이용객은 줄어들면서 국내 여행사들 실적은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해외로 떠난 우리 국민은 779만6521명이다. 전년 동기(742만4967명) 대비 5%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여행사의 패키지 송출객 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하나투어는 56만343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모두투어는 37만4457명으로 29.5% 감소했다. 해외여행객은 늘었지만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한 고객은 줄었다는 얘기다.

4월에도 송출객 수 감소세는 이어졌다. 하나투어는 13만7114명으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13% 줄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대내 정치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남아를 위주로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함에 따라 여행자 수가 자연 감소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모두투어는 송출객 6만6135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8% 감소했다. 모두투어는 "전통적인 여행 비수기인 2분기로 접어들면서 모객이 감소했다"며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감소했다. 하나투어의 동남아 지역 송출객 수는 5만2000명으로 전년(7만1900명) 대비 27.6% 줄었다. 전체 여행지 가운데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반면 계절적 성수기로 진입하는 중국은 전년 동기(1만8800명) 대비 47% 증가한 2만7700명을 기록했다.

모두투어 역시 중국 송출객 수는 전년(1만2290명) 대비 21.4% 늘어난 1만4919명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봄 여름이 여행 성수기로 장자제(장가계), 백두산 등 산행 수요가 몰린다는 설명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의 무비자 입국 허용으로 여행 선호도가 높아졌다.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 송출객이 줄어들면서 여행사들은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고객 유치에 힘 쏟고 있다. 특히 맞춤형 할인 혜택 제공, 프리미엄 상품 확대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나투어는 '5월부터 빠르게 여름휴가 오늘부터 준비할까' 프로모션으로 매주 특가 여행지를 새롭게 선보인다. 여기에 최대 10만원 추가 할인, 카드 할인 혜택 등으로 여행을 일찍 준비하는 여행객을 겨냥했다.

모두투어는 다음 달 13일까지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50억 상당의 할인 쿠폰과 즉시 할인, 카드사 청구할인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50억 페스타' 프로모션을 전개한다.

동남아, 일본, 중국 유럽 등 여름 시즌 인기 여행지를 비롯해 부산·대구·청주 등 지방 출발 상품까지 폭넓게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골프, 허니문, 국내 여행 등 다양한 테마 여행 상품도 마련해 고객의 선택 폭을 넓혔다.

업계는 5월 어린이날과 6월 현충일 등 두 차례 황금연휴가 있는 만큼 여행객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어린이날 황금연휴 해외여행 예약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37%) 중국(26%) 일본(22%) 순이다. 일본과 중국은 전년 대비 각각 85%, 78% 늘었다. 출발일까지 3주가량 남은 6월 초 연휴 기간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5월 황금연휴 기간 장거리 항공 노선 확대로 유럽, 미주 등의 인기 장거리 여행지 예약률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며 "1분기 다소 주춤했던 해외여행 수요는 5월을 기점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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