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없는 기술 영토에 경계선 긋는다...기업 내부 데이터 보안 무너지면 미래 먹거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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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리사회 80주년
전종학 회장이 전한 첨단 기술 시장의 그늘
"AI가 쓴 특허, 족쇄 될 수도"

  • 등록 2026-06-22 오후 5:22:04

    수정 2026-06-22 오후 5:23:21

[이데일리TV 유은길 경제전문 기자] 기술이 곧 권력이 되는 시대, 인공지능(AI)과 첨단 플랫폼이 쏟아내는 혁신의 이면에는 소리 없는 ‘특허 전쟁’이 치열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아이디어를 정교한 법적 자산으로 탈바꿈시키며 대한민국 산업계의 최전선을 지켜온 대한변리사회가 올해로 창립 80주년을 맞았다. ‘어쨌든 경제’는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회장을 만나 AI 기술 범람이 가져온 뜻밖의 부작용과 우리 기업들이 직면한 보안 위기를 중심으로 지식재산(IP) 시장의 날 선 현실을 짚어봤다.

“경계 없는 땅은 내 영토가 아니다”...기술에 울타리 치는 변리사

미군정 시기인 1946년, 현대 특허 제도의 산출과 함께 탄생한 대한변리사회는 국내 산업 발전사의 숨은 주역이다. 전종학 회장은 변리사의 본질을 ‘무형의 사상에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 직업’으로 정의했다.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나 브랜드를 개발하더라도 법적인 울타리를 정밀하게 치지 않으면 순식간에 공공재로 전락해 경쟁사들에게 약탈당하기 때문이다.

전 회장은 “기술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학적 전문성과 이를 법치주의적 재산권으로 설계하는 법률 지식이 결합하지 않으면 기업의 진짜 무기를 만들 수 없다”며, 이것이 일반 법률 전문가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변리사 고유의 영역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AI 자동 툴의 맹신이 부른 참사...가짜에 속는 기업들

전 회장은 최근 급부상한 AI 혁명에 대해 무조건적인 긍정론을 경계했다. 특히 비용 절감이나 신속성만을 쫓아 ‘AI 자동 작성 툴’로 특허 명세서나 법률 문서를 만들어 제출하는 기업들의 행태에 대해 날카로운 경고를 날렸다. AI가 지닌 치명적인 약점인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즉 가짜를 진짜처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속성이 특허 시스템을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I는 이미 정해진 정답과 기존 데이터를 짜깁기하는 데는 천재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특허의 본질은 세상에 없던 ‘정답이 없는 영역’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AI가 뱉어낸 왜곡된 데이터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권리를 신청했다가, 추후 소송 단계에서 특허가 무효화되거나 치명적인 법적 피해를 보는 기업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허술한 데이터 관리가 기술 유출의 주범

국내 산업계의 고질적인 약점으로는 ‘방만하게 방치된 사내 데이터 체계’가 지목됐다. 아무리 뛰어난 순발력과 창의성으로 AI 융합 제품을 만들어내더라도, 정작 기업 내부의 원천 데이터 관리가 엉망이면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내 보안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민감한 기술 정보를 외부 AI 플랫폼에 무분별하게 입력했다가 핵심 기밀이 유출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전 회장은 “어떤 기술을 철저히 은닉하고 어떤 데이터를 외부와 공유할지 결정하는 ‘데이터 거버넌스’의 부재가 한국 기업들의 최대 아킬레스건”이라고 꼬집었다.

법 조항에만 갇힌 대리권, 그리고 ‘한국형 디스커버리’의 양날의 검

전 회장은 지식재산 분쟁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제도적 모순도 거침없이 비판했다. 1961년 제정된 변리사법에 법원에서의 분쟁 대리권이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를 자의적으로 제한하며 소모적인 직역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변리사회는 기업의 실질적 편익을 위해 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서는 ‘공동 소송 대리’라는 타협안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국회 통과를 기다리는 ‘한국형 디스커버리(증거개시제도)’와 ‘변리사 비밀유지권’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대기업이나 경쟁사의 기술 탈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디스커버리 제도가 필수적이지만, 이를 단독으로 도입할 경우 역으로 해외 거대 자본이 국내 반도체·소부장 기업의 핵심 검토 자료를 소송을 빌미로 합법적으로 털어가는 창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변리사와 기업이 나눈 독점적 자문 자료는 법적 제출 의무에서 제외해 주는 ‘비밀유지권’이 방패로서 반드시 세트로 작동해야만 국내 혁신 생태계의 파산을 막을 수 있다는 비장한 진단이다.

주가 부양용 ‘무늬만 특허’ 걸러낼 IP 공시제도 제안

마지막으로 전 회장은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메스를 들이댔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일부 기업들이 기술력이 구체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특허 취득 공시를 이용해 주가를 띄우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특허를 공시할 때, 해당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지는 독점적 가치와 분쟁 위험성을 변리사가 객관적으로 진단한 ‘감정서’를 함께 첨부하도록 의무화하는 ‘IP 공시제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져야만 ‘무늬만 혁신’인 기업을 걸러내고 진정한 국가대표 기업들에게 자본이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전종학 회장이 출연한 ‘어쨌든 경제’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유은길 경제전문기자의 진행으로 이데일리TV와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된다.

[사진=어쨌든경제 방송 캡쳐] 전종학 대한변리사회 회장(사진 우측)이 '어쨌든 경제' 방송에 출연해 유은길 앵커(사진 좌측)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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