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참 무모했습니다.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몰라서 용감했습니다.”
22일 포스코청암재단의 포스코청암상 기술상을 받은 정기로 APS 회장(사진)은 이날 수상 직전 인터뷰에서 1994년 창업 당시를 떠올리며 “정신적 압박감은 연구할 때와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서도 “반도체 장비제어 기술로 창업한 뒤 자금을 조달하고 직원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며 “고객사가 수십억원을 내고 살 수 있는 제품을 제대로 개발하는 일이 매우 큰 압박이었다”고 했다.
포스코청암재단의 포스코청암상은 올해 20회를 맞았다. 과학상은 최경수 고등과학원 교수, 봉사상은 최연수 한빛청소년재단 상임이사가 각각 수상했다. 교육상은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가 받았다. 정 회장이 받은 기술상은 연구 성과뿐 아니라 사업화를 통해 산업 전반에 기여도가 높아야 받을 수 있다. 포스코청암재단은 “핵심 장비의 해외 의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창업한 정 회장의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인터뷰에서 “대한민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것, 직원들이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일할 수 있었던 것을 떠올리면 사업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젊고 유능한 후배들이 더 많이 도전하고 국가가 이런 젊은이들을 잘 키워내길 바란다”고 했다. 젊은 세대에겐 “기술 창업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하고 과연 내 기술이 고객에게 돈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열린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이날 수상 소감으로 “엔지니어로서의 40년은 쉽지 않은 삶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숱한 실패와 위기를 겪으면서도 기술 하나만 믿고 버텨온 시간이 틀리지 않았다는 격려로 이 상을 받아들이겠다”며 “기술과 사업을 동시에 이끌어온 지난 여정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장비업체들에 대해 “글로벌 고객 포트폴리오와 소프트웨어 역량이 부족하다”며 “장비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구축한 뒤 공정 데이터, 소프트웨어로 부가가치를 높여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서울대 제어계측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연구위원으로 반도체 장비제어를 연구하다 APS를 창업했다. 1997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장비 제어 소프트웨어인 ‘이지클러스터’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하고 이후 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지클러스터의 첫 고객사는 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유진테크, 세메스 등. 지금은 대부분의 장비 제조사가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정 회장은 반도체 장비제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후 반도체용 급속열처리(RTP) 장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엑시머레이저어닐링(ELA) 장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고대역폭메모리(HBM)용 레이저 공정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인공지능(AI), 바이오업체에도 투자했다. 정 회장은 “AI와 바이오 등 신사업은 기존의 장비, 소재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자회사 AP시스템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사업의 중추 역할을 하고, 지주사 APS는 미래사업을 키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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