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만 먹으면 졸음이 쏟아져요."
50대 직장인 A씨는 고민스럽다. 점심만 먹었다 하면 꾸벅꾸벅 조는 탓에 젊은 직원들 앞에서 면이 서지 않는 기분이다. 실제로 40~50대 직장인 가운데는 식사 후 졸음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20대 직원들은 커피 한 잔을 마신 뒤 금세 기운을 차리고 오후 업무에 몰두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일본 기타사토대 기타사토종합연구소병원 당뇨병센터장 야마다 사토루는 신간 '당질 혁명'(이아소)에서 그 원인을 '당질 피로'에서 찾는다. 그는 "식사 직후 졸음이 밀려오고, 나른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며, 곧바로 허기를 느낀다면 당질 피로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당질 피로란 식후 혈당이 140㎎/㎗ 이상으로 치솟는 상태를 의미한다.
저자는 당질 피로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장기적으로 당뇨병·비만·고혈압 등 대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공복 혈당 이상이 나타나기 10년 전부터 식후 고혈당이 먼저 시작되며, 어느 시점 이후에는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초기부터 생활습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제안하는 대책은 △탄수화물 줄이기 △단백질·지방 충분히 섭취하기 △음식 섭취 순서 지키기다.
예컨대 밥이나 빵 같은 탄수화물은 식사 시작 후 20분 뒤에 먹고, 채소·육류·생선을 먼저 먹는 편이 혈당 관리에 유리하다. 마요네즈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도 혈당 관점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흰쌀밥만 먹었을 때보다 두부·달걀·마요네즈를 곁들였을 때 혈당 상승 폭이 낮았다는 실험 결과도 소개했다.
야마다 센터장은 "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도 섭취 방법만 신경 쓴다면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며 "당질을 줄이는 대신 단백질과 지방을 충분히 먹고, 먹는 순서만 바꿔도 식후 졸음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