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73〉 [AC협회장 주간록83] 한국 제조 스타트업, 왜 '신제조'를 고민해야 하는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5/26/news-p.v1.20250526.dc5d76199f25448596f9b1f98fcd130c_P3.jpg)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제조 스타트업이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한 시기다. 단순한 기술 개발이나 생산 원가 절감이 아닌 '제조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테슬라(Tesla)와 팔란티어(Palantir) 같은 기업이 있다. 이들은 자동차나 소프트웨어를 넘어, 인류 생산 방식 자체를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 제조 스타트업도 이제 그 흐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테슬라는 자동차 기업이 아니다. '생산성 혁명' 기업이다. 기가 프레스(Giga Press), 옵티머스 로봇, AI 기반의 유연 생산 기술, 기가팩토리 구축까지, 그들이 집중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 없이도 24시간 생산이 가능한 제조 체계'다. 미국, 독일, 중국 등 고임금 국가에서도 이익률을 지키는 테슬라의 핵심 경쟁력은 바로 이 생산 철학에서 나온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노동력 기반의 제조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선언이며, 앞으로의 제조 경쟁은 QCD+F(품질·원가·납기·유연성)에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한국처럼 인건비 상승과 청년 인구 감소가 겹치는 국가일수록 이 방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테슬라의 길을 추종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들이 제시하는 방향성을 각자의 업종에서 재해석하고, 우리의 언어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시장은 너무 작다. 인구 5000만명, 산업 간 중복 경쟁이 치열한 구조 속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이 한정된 내수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세계에서 피자 한 판이라면, 한국은 그 반의 반 조각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무조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하며, 그것도 선진국 시장이어야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후진국일수록 가격 경쟁에 치우쳐 중국 기업과의 소모전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단지 나가겠다는 의지로만 뚫을 수 없다. 그 나라 안에서, 그 나라 가격으로 제조하고 납품할 수 있는 능력, 즉 선진국형 생산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글로벌 진출은 곧 글로벌 제조 역량을 의미하며, 그 핵심에는 테슬라식의 자동화와 유연 생산이 자리 잡고 있다.
팔란티어는 제조업 '운영체계(OS)'를 만들고 있다. 단순한 공장 자동화가 아니다. 의사결정 자체를 디지털화하고, 공급망과 인력, 에너지 운용까지 실시간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마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처럼 제조업 전반에 깊이 침투하여 모든 기업 활동의 기반이 되려는 디지털 제국 전략이다.
팔란티어는 이를 위해 '파운드리(Foundry)'와 '워프스피드(Warp Speed)'라는 두 가지 플랫폼을 개발했고, 이는 에너지·국방·물류를 포함한 글로벌 GDP 절반에 해당하는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제조라는 신대륙에서 'OS 패권'을 쥐려는 경쟁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에도 시사하는 바는 크다. 단지 제조를 잘하는 수준에서 멈추지 말고, 자신이 만든 제조 노하우를 플랫폼화해 '제조 OS'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며, 산업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전략이다. 한국은 이차전지, 반도체, 모듈화 부품 등 특정 제조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이들 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정밀공정, 모듈화 기술을 기반으로 하며, 전형적인 대량 자동화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바로 이 지점에 기회가 있다.
테슬라가 '초대형 자동화'를 지향한다면, 한국 제조 스타트업은 '고도로 유연한 소형 스마트 팩토리'를 지향해야 한다. AI 기반 설계 자동화, 디지털 트윈, 협동 로봇 기반의 마이크로팩토리 기술 등은 모두 한국이 충분히 경쟁 가능한 분야다. 특히 B2B 시장에서는 규모보다 정밀성과 신뢰성, 유연성이 훨씬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는다.
제조 노하우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전환해 OS처럼 외부에 확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기계를 잘 다루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하면 특정 공정을 누구나 이해하고 도입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결국 제조는 기술이 아니라 운영 철학이며, 한국 스타트업은 그 철학을 새롭게 써내려갈 주체가 될 수 있다.
이제 제조 스타트업은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고 시장이 아니라 제국을 꿈꿔야 한다.
우리는 '작지만 강한' 제조 스타트업 국가다. 글로벌 공급망의 단층선을 타고 기회를 낼 수 있고, 그 틈새에서 우리만의 OS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 제조 스타트업이 다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우리 손으로 만드는 용기다.
전화성 초기투자AC협회장·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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