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도 국채·금·엔화 동반 부진…안전자산의 ‘배신’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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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도 국채·금·엔화 동반 부진…안전자산의 ‘배신’ 무슨 일?

고금리·물가 우려에 매력 급락
엔화는 美와 금리 격차가 문제
AI 열풍에 자금 증권시장 몰려

이미지=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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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나 금융시장 충격이 발생하면 미국 국채와 금, 일본 엔화 같은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는 것이 투자 시장의 오랜 공식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이 같은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에도 미국 국채 금리는 오르고(채권 가격 하락), 엔화는 달러 대비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약세를 보였다. 금값도 연초 고점에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과 재정 불안, 금리 격차 등이 안전자산 수요를 압도하면서 투자 환경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전통적인 ‘리스크 오프(risk-off)’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불안이 커졌지만 투자자들의 위험자산 선호는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전반의 위험 선호 심리가 여전히 견조하고 글로벌 금융 여건도 매우 완화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과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인공지능(AI) 산업 성장 기대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엔비디아와 인텔, 아시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이 AI 투자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독일 자산운용사 DWS의 헤닝 포츠타다 멀티에셋 부문 대표도 기업 실적이 주가를 떠받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당순이익(EPS) 성장인데 현재 기업들의 이익 전망은 계속 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 국채 매력 떨어뜨려

가장 큰 변화는 채권시장이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를 사들이지만 이번에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에서 120달러까지 급등했고, 이에 따라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국채 투자 심리를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연방 재정적자가 약 1조9000억달러(GDP 대비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막대한 재정적자가 지속될 경우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장기적으로 국채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도 예전 같은 피난처 아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기대와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엑스 ETF의 빌리 렁 투자전략가는 “최근 금은 더 이상 순수한 안전자산처럼 움직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달러 강세와 실질금리 상승이 금 가격을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실질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단기 매매도 금값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금값 급등기에 개인 자금이 대거 유입됐고, 최근에는 이른바 ‘패스트 머니(fast money)’로 불리는 투기성 자금이 가격 변동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금이 중요한 안전자산이라는 평가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엔화도 안전자산 지위 흔들

엔화 역시 과거만큼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3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렸고, 일본 국채 금리도 상승했지만 엔화는 오히려 약세를 이어갔다. 일본 정부가 약 740억달러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음에도 7월 초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62엔 안팎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여전히 크고 일본의 재정 부담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올해 204.4%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빌리 렁 전략가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다른 주요국과 크게 엇갈리고 금리 차이에 대한 민감도가 커지면서 엔화는 과거처럼 안정적인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각 자산이 지정학적 위기보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재정 상황 등 거시경제 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도 과거처럼 특정 안전자산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자산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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