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단결" 바라는 시민 향해…트럼프 "공산주의 맞서야"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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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만난 딜런 심스(34)씨.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만난 딜런 심스(34)씨.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우리는 모두 미국인입니다. 나는 미국을 사랑합니다. 미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그 무엇보다 이 나라를 사랑합니다."(마리아 톰슨, 마이애미 주, 66)

미국 건국 250주년인 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일대는 축제 분위기가 완연했다.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지하철은 모두 성조기 색깔의 옷차림이나 장식을 한 인파로 가득 찼다. 내셔널 몰과 직접 연결되는 스미스소니언 역이 지나치게 혼잡해지면서 한때 이 역을 피하라는 안내가 나오기도 했다.

햇볕이 무섭게 내리쬐는 날씨였다. 섭씨 39.4도까지 치솟은 폭염 속에서 참석자들은 연신 물을 들이켰다. 행사장에 배치된 주방위군은 물병을 쌓아두고 나눠주는 역할을 맡았다. 폭염에 대비해서 얼음물을 준비한 참석자가 많았다. 목에 두르는 선풍기나 일명 손풍기를 들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아이들은 이미 얼굴이 발갛게 익은 채로 어쩔 줄 모르는 경우도 흔했다.

참가자들에게 어떤 미국이 되기를 바라느냐고 질문했을 때 대부분은 '하나된 미국'을 강조했다. 건국 이념대로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인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대답도 공통적이었다. 미시시피에서 왔다는 딜런 심스(34)씨는 "미국이 희망과 통합의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United(통합된)'라는 단어는 이 나라의 이름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며, 미국인에게 멀어진 가치라고 느낀다"면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든 더 단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종교, 이념, 경제정책 등 다양했다. 인근 호텔에서 만난 오스틴 린드 씨(39)는 임신 중인 아내 베스(45)와 세 아이를 데리고 루이지애나부터 이틀 걸려서 자동차로 왔다고 했다. 그는 주로 종교적인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이 누구든 존중하지만, 낙태 반대와 같은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보다 더 열심히 해 온 사람은 없었다"면서 "미국을 위해 기도하기 위해 왔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첫딸 소피아(5)는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면서 "그래서 미국은 좋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만난 오스틴 린드(39)씨와 그 가족.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만난 오스틴 린드(39)씨와 그 가족.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짐 프라이스 쇼' 라는 미디어 채널을 운영한다는 짐 프라이스(55) 씨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공산주의에 맞서는 문제에 관해 열띤 지지를 보냈다. 그는 "공짜로 무언가를 얻으려 할 때 우리 마음속의 게으름이 드러나게 된다"면서 "항상 대가가 따르는 일"이라고 했다. 또 "집에 있는 개나 지하실의 젊은이들은 공산주의자나 사회주의자와 비슷하게 특별히 뭘 하지 않고도 먹을 것을 구한다"면서 "맘다니(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은 특권층의 삶을 누렸기 때문에 정당하게 일해서 노동의 결실을 얻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해준다는 것도 착각"이라면서 "실제로는 우리 스스로 자유를 지켜내는 것이고 정부는 우리의 지배자가 아니라 공복"이라고 역설했다.

백인이 다수인 행사였지만, 다른 인종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라크 출신으로 3년 전 미국으로 이주했다는 쿠르드족인 와파 루스탐(60) 씨와 두 자녀는 공화당 지지자라고 했다. 아들 탈리브(20)는 "이라크가 너무 위험하고 위협을 받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자유를 찾아 미국에 왔다"고 했다. 딸 주마나(21)는 이민자에게 문호를 너무 개방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에 오기 위해 터키에서 10년 동안 대기했다"면서 "서류도 없이 쉽게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불공평하다고 여겨진다"고 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반면 특별한 정치색 없이 그저 미국의 건국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미국 식민지 시대의 상징인 트라이콘(세 방향으로 접어올린 모자)을 쓴 흑인 여성은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면서 통합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는 "이 모자는 독립전쟁 당시 미국 군인들이 썼던 것"이라면서 "나의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도 당시 국가의 자유와 노예 해방을 위해 전쟁에서 싸웠다"고 했다. 미국의 건국 이념을 지지하고 성조기를 비롯한 미국의 상징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반드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은 아니라는 취지였다. 심스 씨도 화려한 성조기 차림을 했지만 "내게 이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축하 행사"라면서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 나는 그저 축하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만난 흑인 여성.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 일대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장으로 향하는 지하철에서 만난 흑인 여성.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축제 분위기를 가라앉힌 것은 갑작스레 퍼부은 폭우였다. 오후 6시경 현장으로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풍우가 예고되면서 현장의 시민들에게는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 가족들과 현장을 찾았다가 아쉽게 철수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일부 참석자들은 대피 명령을 거부하거나 다시 안으로 들어가려 하면서 "돌격!"과 "트럼프! 트럼프!"를 외치며 혼란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한동안 쏟아지던 비가 그치자 현장에는 다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지만 연설과 불꽃놀이를 강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폭풍은 어떤 상황이든 행운을 가져다준다"면서 "우리는 기다릴 것이다. 한 시간 후든 새벽 2시든 나는 상관 없다. 항상 그렇듯 금방 지나갈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현지시간 오후 11시(한국시간 5일 정오)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전날 러시모어 산 연설과 마찬가지로 "공산주의에 맞서야 한다"는 내용을 주로 강조했다.

한편 이날 미국 전역에서는 불꽃놀이 등 통상적인 건국 축하 행사도 열렸지만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패트리어트 프런트’ 회원들이 초창기 남부 연합을 상지앟는 건국 초기 성조기 등을 들고 "미국을 되찾자"고 외치며 행진하는 일도 벌어졌다. 패트리어트프론트의 텔레그램 채널에는 미국 전역에서 복면을 쓰고 행진하는 모습과 주요 지역에 붙인 이민자 반대 및 시오니스트 반대(반 유대주의) 구호 사진이 공유됐다.

우익단체 패트리어트프론트는 이날 다양한 정치 게시물을 워싱턴DC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 붙이고 행진했다. /패트리어트프론트

우익단체 패트리어트프론트는 이날 다양한 정치 게시물을 워싱턴DC를 비롯해 미국 전역에 붙이고 행진했다. /패트리어트프론트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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