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암살 여부까지 베팅...월가 예측시장, 파생상품인가 도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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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암살 여부까지 베팅...월가 예측시장, 파생상품인가 도박인가

업데이트 : 2026.05.08 09:37 닫기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제도권 노려
최근 2년간 유입액 204% 폭증
美 CFTC·주정부 관할권 다툼 치열
ICE·CME 등 기관 참여도 본격화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주간 유입액(USD) 추이. 2024년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유입량을 기록하며, 2024년 대비 2025년 유입액이 204% 급증했다. [자료 = 체이널리시스]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 주간 유입액(USD) 추이. 2024년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폭발적인 유입량을 기록하며, 2024년 대비 2025년 유입액이 204% 급증했다. [자료 = 체이널리시스]

가상자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현실 세계의 특정 사건 결과를 예측해 베팅하는 ‘크립토 예측시장’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온라인 투기장을 넘어 거시경제 지표나 선거 결과를 헤징(위험 회피)하려는 전통 금융기관들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글로벌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온체인 기반 예측시장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글로벌 유동성을 흡수하며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자금 유입액이 무려 204%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24년 美 대선 기점 폭발적 성장…월가 ‘러브콜’

예측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부부터 정치적 선거, 대중문화, 스포츠 경기 결과 예측을 놓고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조건이 충족되면 수익을 지급하고, 그렇지 않으면 소멸하는 이진 계약 형태를 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예측시장의 주간 자금 유입액은 2024년 9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현재는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차익거래를 노리는 전문 트레이딩 기업과 유동성 공급자(마켓 메이커)들의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통 금융권(TradFi)의 합류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인터콘티넨탈거래소(ICE)는 대형 예측시장 플랫폼 폴리마켓(Polymarket)에 최대 20억달러 투자를 약속하며 시장의 장기적 가능성에 베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 역시 규제된 환경에서 24시간 거래가 가능한 ‘스와프 기반 이벤트 계약’을 출시했다.

여기에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크립토닷컴 등 주요 가상자산 플랫폼들이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예측시장 서비스 통합을 서두르고 있다. 비트와이즈, 라운드힐 등 자산운용사들은 2026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 결과를 추종하는 예측시장 ETF 상장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한 상태다.

◆ 스마트 컨트랙트와 탈중앙화 오라클이 만든 혁신

기존 예측시장이 자금을 보관하고 결과를 검증하기 위해 중앙화된 청산소에 의존했던 반면, 크립토 예측시장은 이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했다.

핵심은 세 가지다. 브로커 대신 코드가 거래와 정산을 통제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빠르고 안정적인 결제를 지원하는 USDC 등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가져오는 체인링크(Chainlink), 우마(UMA) 등의 탈중앙화 오라클(Oracle)이다.

이를 통해 국경에 구애받지 않는 글로벌 유동성 풀이 형성되며 자동화된 마켓 메이커(AMM)를 통해 틈새 시장에서도 상시 거래가 가능해졌다.

지난 3월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열린 마약 테러 사건 심리에 참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변호사 배리 폴락의 법정 스케치.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3월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열린 마약 테러 사건 심리에 참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축출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변호사 배리 폴락의 법정 스케치. [로이터 연합뉴스]

◆ 도박인가 파생상품인가…규제 논쟁

예측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이면에는 ‘불법 도박’과 ‘합법적 파생상품’ 사이의 규제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주 정부 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올해 2월 17일, CFTC는 네바다, 뉴욕 등 5개 주 정부를 상대로 연방 우선권 분쟁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주 정부들은 예측시장을 불법 도박으로 규정해 폐쇄하려 하지만 CFTC는 이를 상품거래법(CEA)에 따른 ‘파생상품’으로 보고 연방 정부의 독점적 관할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월 CFTC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와 정보 공유 MOU를 체결한 것도 이러한 제도권 편입을 염두한 행보로 풀이된다. SEC 역시 특정 주가나 지수를 추종하는 계약에 대해서는 증권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미 의회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3월 전쟁, 테러, 암살 등에 대한 베팅을 금지하는 ‘DEATH BETS 법안’이 발의됐고 5월에는 상원의원들의 예측시장 거래를 만장일치로 금지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다른 법안에서 계약을 도박이 아닌 파생상품으로 정립하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EU는 오는 7월 가상자산법(MiCA) 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정식 라이선스가 없는 플랫폼의 영업을 제한할 예정이며 영국은 개인의 이진 옵션 거래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지난 4월 브라질이 25개 이상의 플랫폼을 폐쇄하는 등 중남미와 아태지역(싱가포르, 호주, 인도 등)을 포함해 전 세계 50개 이상의 국가가 예측시장을 도박법 위반으로 차단하고 있다.

◆ 군사기밀 유출부터 자금세탁까지 위협 현실화

예측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안보 및 금융 범죄 위협도 현실화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내부 정보나 국가 기밀을 이용한 거래다.

최근 이스라엘에서는 군 예비역 등 다수가 이란 공격 개시 및 종료 날짜 등 군사 기밀을 이용해 폴리마켓에 베팅했다가 이스라엘 국내정보기관 신베트에 체포됐다.

한 계정은 적발 전까지 15만달러(약 2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도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과 관련한 기밀을 이용해 약 41만달러(약 5억 6000만원)의 불법 이득을 취한 미 육군 병사가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외에도 토네이도 캐시 등 믹서를 사용한 자금세탁, 제재 회피, 자전거래를 통한 여론 조작 및 확률 왜곡, 플래시론을 이용한 오라클 데이터 조작 등의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기존의 불투명한 도박 네트워크와 달리 블록체인의 공개 원장은 범죄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고 강조한다.

미국 병사 사건의 경우, 용의자가 계정을 삭제하고 암호화폐 금고를 거쳐 자금을 세탁하려 했으나 온체인 추적을 통해 덜미를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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