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휴전 협상을 이어가지만 각국은 전쟁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은 유가가 다시 뛸 가능성에 대응해 에너지 수요 억제에 나섰고 걸프 국가는 원유 수출 차질에 대비해 달러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방안으로 원격근무 확대와 대중교통 보조금 지급을 권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기업들이 가능하다면 최소 주 1일 의무적으로 원격근무를 도입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대중교통 보조금 지급, 보일러·태양광 패널 부가가치세 인하를 권고할 예정이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치솟는 에너지 가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번 권고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시행된 정책을 참고해 마련했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쓰는 이른바 ‘전력화’ 목표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입법안을 논의한다. 우선 전력시장 규정을 조정해 송전 비용을 낮추는 법안이다. 전력망 운영자의 비용 효율성을 점검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의 요금 체계를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전력 세율을 사실상 ‘0%’까지 낮출 수 있게 해 화석연료 세율보다 낮도록 조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EU 집행위는 지난해 더 강한 개정안을 추진하다 무산됐지만 이번 에너지 위기를 계기로 관련 논의를 되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산유국은 달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칼리드 모하메드 발라마 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주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재무부·중앙은행(Fed) 관계자를 만나 통화스와프 라인 개설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스와프는 자국 통화 방어와 외화보유액 확충을 위해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달러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다. UAE는 지금까지는 전쟁에 따른 최악의 경제 충격을 피했지만, 향후에는 금융 지원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공식적으로 통화스와프 라인을 요청한 것은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통화스와프 논의는 전쟁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UAE 위상을 크게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한다”며 “외화보유액 감소와 투자자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석유·가스 인프라 피해와 호르무즈해협 차질로 원유 수출이 막혀 달러 수입도 줄어든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걸프 국가도 달러 확보에 나섰다. 아부다비는 이달 초 골드만삭스 등이 주관한 사모 거래로 약 40억달러를 조달했다. 바레인은 UAE와 50억달러 규모 통화스와프 라인을 구축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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