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인민군 연대 펼친 '여신님'
우정과 배신·갈등 담은 '테일러'
뮤지컬과 전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극적인 음악과 역동적인 무술신 외에도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인간성 회복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 속 연대를 그린 두 대학로 창작 뮤지컬이 화제다. 8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며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여신님이 보고 계셔'와 초연 '테일러'가 주인공이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병사 6명이 무인도에 고립되는 이야기다.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순호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영범은 악몽에 시달리는 순호를 위해 여신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주고 순호는 여신님에게 빠져 안정을 되찾아간다.
국군과 인민군 6명이 "언제나 우리를 비추는 눈부신 그녀만 믿으면 돼"라고 노래 부른다. 미쳐버린 순호를 위해 모두가 미친 척 해주는 장면은 웃기면서도 진한 감동을 준다.
이 작품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황산'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소설 속 프랑스 작가 로맹가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포로수용소에 수감됐을 때 '귀부인'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 서로 화합하고 결국 무사히 생존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배우들은 무릎을 아끼지 않고 구르며 전쟁의 역동적인 무술신을 보여준다. 하지만 군인들도 풀어질 때는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며 객석을 꺄르르 웃게 만든다.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색감과 오브제를 활용해 무대를 풍성하게 꾸몄다. 나뭇잎으로 만든 고깔모나 꽃가지 소품은 전쟁 속 희망을 상징한다. 내년 3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인터파크 유니플렉스 1관.
초연 뮤지컬 '테일러'는 하루아침에 전쟁의 포로가 된 두 명의 테일러와 그들을 관리하는 한 명의 병사 이야기다. 그들은 참혹한 전쟁 속 적으로 만나지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친구가 되어간다.
테일러인 해리와 애덤은 평화협정에 나갈 하사 노아의 정장을 만들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그리고 노아가 지닌 비밀을 엿듣게 된다.
노아는 총부리를 겨눈 채로 "난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아"라고 울부짖는다. 무대는 고급 양복이 마네킹에 걸려 있는 테일러숍이지만 전쟁을 그려 신선하다. 전쟁 속 연대뿐 아니라 반역, 배신과 같은 복합적인 상황도 담았다. 내년 2월 9일까지 서울 대학로 TOM(티오엠) 1관.
[박윤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