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국 80년, 대한민국 국립대학]
경북대, 진리-긍지-봉사의 80년
1972년 ‘전자계열 특성화’ 지정… 삼성 등 기업에 공학 인재 공급
인력 양성에서 혁신 플랫폼 전환
지역민이 세운 국립대… 진리·긍지·봉사의 80년
경북대의 출발은 광복 직후 국가 재건에 대한 열망과 맞닿아 있다. 민족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3개 국립 단과대가 설치됐다. 경북대가 개교 원년으로 삼고 있는 1946년은 이들 단과대학 체제가 완전히 갖춰진 해다.
이후 1952년 국립 종합대 체제를 갖추며 첫 개교기념식을 열었다. 당시 대학 설립의 중심에는 지역민이 있었다. ‘종합대학교기성회’와 ‘국립종합경북대학교건설위원회’를 중심으로 대구·경북 각계 인사들이 설립 기금을 조성하고 국립 종합대 필요성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했다. 지역이 스스로 인재 양성 기반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대학 설립으로 이어진 셈이다.경북대는 개교 초기부터 ‘진리·긍지·봉사’를 교시로 내걸었다. 단순히 학문을 가르치는 기관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선언이었다. 현재는 18개 단과대와 4개 학부, 17개 대학원을 갖춘 대규모 국립대로 성장했다. 올해 2월 기준 졸업생은 학사 21만9897명, 석사 5만9223명, 박사 1만1157명 등 모두 29만277명에 이른다.
경북대의 역사는 곧 지방 국립대의 존재 이유를 보여준다. 수도권 중심 성장 구조 속에서도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고 지역 산업을 지탱하는 ‘국가 균형발전의 거점’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개교 당시 지역민이 품었던 ‘지역에도 세계 수준의 대학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80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기 경북대는 국가 산업 전략과 함께 성장했다. 대학은 일찍부터 연구중심대학 체제 구축에 나섰다. 1962년 ‘연구조성위원회’를 설치했고, 1972년에는 학술장려금 제도를 도입해 교수 연구 활동 지원을 제도화했다.
국제화도 빠르게 추진했다. 1973년 미국 뉴욕주립대 버펄로캠퍼스와 자매결연을 체결한 이후 해외 대학과의 교류, 국제학술대회 개최, 교수 해외 파견 등을 확대했다. 이는 지방 국립대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반이 됐다.
경북대 역사에서 결정적 전환점은 ‘전자계열 특성화’였다. 정부는 1972년 경북대 공대를 국립대 가운데 전자산업 특성화에 가장 적합한 대학으로 지정했다. 이는 단순한 학과 개편 수준이 아니었다. 이후 반세기 동안 대구·경북 전자산업단지 성장의 핵심 인력을 경북대가 공급했고 한국 전자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삼성과 LG,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 핵심 인력층에 경북대 출신 공학 인재가 대거 포진한 배경이기도 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대형 국책사업 수주를 통해 대학 경쟁력을 키웠다. 누리사업단과 산학협력중심대학사업 등 굵직한 정부 사업을 확보했고 연구비 수주액도 2010년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산업화 시대 경북대의 역할은 결국 국가가 필요로 하는 산업 인재를 공급하고 지역 제조업과 첨단 산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술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대전환… 국립대의 거점 역할 강화
AI와 반도체, 바이오, 로봇이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아 경북대는 또 한 번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대가 ‘기술 인력 양성’ 중심이었다면 현재의 과제는 연구와 산업, 지역 혁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연구 역량의 급성장이다. 2024년 기준 경북대 연구비는 2309억 원으로 거점국립대 가운데 서울대 다음 규모를 기록했다. 중앙정부 연구비만 2012억 원에 달했다. 특히 첨단산업 분야 성과가 두드러진다. 경북대는 권역별 반도체공동연구소 사업과 반도체특성화대학 사업, 첨단산업 특성화대학원 사업 등을 잇달아 수주하며 학부-대학원-연구소를 잇는 반도체 인재 양성 체계를 구축했다. 과거 전자산업 특성화 경험이 오늘날 반도체 전략으로 이어진 셈이다.교육 혁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를 비롯해 로봇과 디지털 헬스케어, 반도체,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분야 융합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산업 현장 요구를 교육에 바로 반영하기 위해 산학연 공동 임용 형태의 JA(Joint Appointment) 교수 제도를 도입해 60명을 선발했다. 대학 구조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지원 사업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경북대는 2024년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돼 5년간 1000억 원을 확보했다. ‘글로벌로 도약하는 연구중심대학’ 비전 아래 연구중심대학 체제 전환과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어 지난해 대구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사업에서도 신청 과제 전체가 선정돼 5년간 1630억 원을 확보했다.
최근 대학 혁신의 핵심은 ‘지산학연 연계 플랫폼’이다. 경북대는 성서산단캠퍼스와 BIT융합캠퍼스를 통해 기업 현장과 대학 연구를 직접 연결하고 있다. 제조업 디지털 전환과 바이오 융합 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지원하는 구조다. 또 기초학문과 첨단기술, 바이오를 축으로 한 3대 융합연구원을 출범시켜 다학제 공동 연구 체계를 구축했다.
산학 협력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 취업 연계를 넘어 기업이 교육과 연구 설계 단계부터 직접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계약학과 개편을 통해 ‘모바일AI공학전공’을 신설할 예정이며 채용 연계형 교육체계를 구축한다. 자동차 부품기업 화신과 글로벌 기업 SL, 방산기업 LIG넥스원 등과도 공동연구소 및 인력 양성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김옥열 화신 회장은 “전기·전자 분야를 비롯해 AI 경쟁력이 강한 경북대와 함께 지능형 자동차뿐 아니라 AI 차량 대응 시스템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 선발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성적 중심 선발을 넘어 AI와 반도체, 로봇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연구 융합 역량을 갖춘 인재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상반기 AI대학을 설립하고 엔비디아(NVIDIA) 기반 실습형 교육 도입도 검토 중이다.
세계 대학 평가 성과는 이 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지표다. 경북대는 2025 THE 세계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국내 대학 최초로 세계 3위에 올랐다. 연구력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기여를 종합 평가하는 지표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지금 국립대는 지역 산업 혁신과 청년 정주 생태계, 국가 균형발전을 동시에 떠받치는 전략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경북대 역시 ‘교육-연구-취업’을 하나의 성장 체계로 연결하는 실험을 본격화했다. 산업화 시대가 제조업 인재를 길러냈다면 디지털 대전환 시대 국립대의 과제는 지역 전체를 혁신 생태계로 바꾸는 것이다.
허영우 경북대 총장은 “개교 80주년을 맞은 경북대는 대한민국 산업화와 현대화를 이끈 인재의 요람이자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는 국가거점국립대로서 책무를 다해왔다”며 “앞으로 지역 산업 혁신을 선도하고 청년 정주 생태계를 고도화하는 ‘앵커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교육 세계화 앞장… 67개국 595개 대학과 협력 네트워크
베트남 FPT대와 프랜차이즈 계약
교육과정 이수하면 ‘경북대 학위’
경북대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FPT대와 TNE 운영을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고 ‘경북대(KNU) 베트남’을 공식 출범시켰다. 행사에는 허영우 경북대 총장과 응우옌 칵 타잉 FPT대 총장을 비롯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 응우옌 반 코아 FPT그룹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사업은 정부의 대학 해외 진출 규제 개선 이후 국립대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첫 사례다. 기존 공동 교육과정이나 교환학생 중심 국제 협력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한국 대학이 교육과 학위 체계를 직접 해외에 수출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KNU 베트남은 경북대가 교육과정과 학위를 제공하고, FPT대가 현지 교육 운영을 맡는 구조다. 학생들은 베트남 현지에서 경북대와 동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졸업 시 경북대 학위를 받는다. 학부 과정은 3년제(연 3학기)로 운영된다.
우선 컴퓨터학부와 경영학부가 참여한다. 두 학과 모두 국제화 경쟁력을 갖췄다. 컴퓨터학부는 미국 텍사스댈러스대와 폴란드 바르샤바공대, 아일랜드 더블린공대 등과 복수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캡스톤, 실리콘밸리 연계 프로젝트 등 국제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경영학부 역시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인증을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대학들과 국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경북대는 현재 67개국 595개 대학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는 2019년부터 타이응웬통신기술대와 ‘3+1 복수학위형 트위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현지 협력 기반을 다져왔다.
이번 협력 파트너인 FPT대는 베트남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FPT그룹이 설립한 대학이다. 영국 그리니치대와 호주 스윈번대 등과도 초국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거점국립대가 해외 교육 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K콘텐츠와 K산업에 이어 K교육 역시 새로운 수출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경북대의 이번 시도는 단순한 학생 교류를 넘어 한국형 고등교육 시스템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무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희경 경북대 국제처장은 “이번 프랜차이즈 운영은 경북대가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역할을 확대하고 K교육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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