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전세대출 확대→전세가 상승 ‘악순환’
“보증금, 집값의 일정 비율 이하로 규제해야”
대형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세입자들은 여전히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이 궁여지책으로 월세 계약을 하면서 월세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참여연대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안전한 전세 만들기’ 전세 개혁 방안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도시연구소 등이 참여한 ‘전세 개혁 연구회’가 5개월간 논의한 결과다.
◆전세보증→전세대출 확대→전세가 상승 ‘악순환’
최근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최대 20년까지 피해주택 거주권을 보장하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무분별한 전세 대출과 전세 보증을 현행 전세제도의 첫 번째 문제점으로 꼽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보증보험 등이 제공하는 전세보증보험제도로 위험 부담을 덜게 된 대출기관이 전세 대출을 늘리면서 전세가가 높아졌다. 높아진 전세가격은 보증금 미반환 위험으로 돌아온다.
전세사기가 늘면서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은 2021년 5443억원에서 지난해 4조3347억원으로 8배 급증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임차인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도 임차인의 권리가 전세권(물권)보다 약해 전세 사기를 막지 못한다는 점이다.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집주인에게 집을 팔고, 공인중개사는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점도 지적됐다.
아울러 전세사기를 일으킨 집주인 대부분이 ‘갭투자’를 한 무자본 임대사업자인데, 이들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란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전세보증금, 집값의 일정 비율 이하로 규제해야”
참여연대는 이 같은 현행 전세제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가율, 전세대출, 전세보증 규제 ▲주택임대차의 물권화 ▲보증금 보호를 위한 임차인 권리 강화 ▲임대사업자 제도 개선 등 4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임재만 교수(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현실적으로 전세 대출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는 어렵다. 빌라 같은 저렴한 주택에서 전세가격이 집값과 비슷한 것도 문제”라며 “전세보증금을 집값의 60% 이상으로 계약하지 못하도록 전세가율을 규제하고, HUG에서 전세가 100%를 보증하는 것을 7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운영위 부위원장)는 “중요한 것은 주택임대차가 전세권보다 약해서 공시가 제대로 안 되고 이로 인해 많은 사기가 발생한다”며 “임대차를 등기에 공시하고, 등기된 임대차에 경매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전입신고를 해도 다음 날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세입자 몰래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은행 등이 선순위 채권자가 되는 문제가 반복돼 왔다. 보증금을 치른 즉시 임대차등기가 동시 이행되도록 해야 이런 사기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입자에게 경매청구권이 생기면 집주인의 ‘버티기’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는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어 집주인이 버티기로 일관하는데,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을 때 경매를 할 수 있게 되면 집주인도 보증금을 마구 올릴 수 없을 것이란 논리다.마지막으로 ‘갭투자’를 하는 무자본 임대사업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해 모든 임대주택의 등록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정부가 주택의 거래이력을 파악하고 있으면 향후 전세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는 취지다.
공인중개사의 ‘설명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임대차 관련 법률이 복잡해진 만큼 ‘설명 필요 리스트’를 정리해 반드시 임차인에게 설명하도록 공인중개사법을 개정하고, 임대인이 관련 자료 제공을 거절하면 중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향후 정부와 국회에 이번 대책과 관련된 입법, 행정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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