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AI 어떻게 쓸 것인가… 기준 세우면 의료 경쟁력 10년 앞선다

13 hours ago 2

김재선 동국대 법대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법률전문위원)

김재선 동국대 법대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법률전문위원)

김재선 동국대 법대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법률전문위원)
인공지능(AI)이 판독한 영상 리포트를 분석하는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스마트워치의 부정맥 알람을 보여주며 외래를 찾는 환자, 혈당 측정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슐린 용량을 미세 조정하는 내분비내과 진료실….

의료 현장은 이미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파고 속에 놓여 있다. 이런 기술적 진보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여전히 본질적이다. ‘우리는 이 데이터와 AI를 법적, 윤리적 확신을 갖고 활용할 수 있는가.’

최근 국회에서 논의된 디지털 헬스케어법 개정안과 바이오데이터법 개정안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제도적 응답이다. 이는 의료법, 생명윤리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으로 파편화된 법 체계를 유기적으로 통합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보호돼야 하는지를 규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바이오·의료 데이터 영역의 ‘규제 명확화법(Clarity Act)’이라고 부를 만하다.

디지털 헬스케어법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디지털 헬스케어를 ‘기술과 의료정보가 결합한 활동’으로 정의한다. 그동안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발생했던 규제 공백과 중복 규제의 혼란을 줄이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다.

둘째, 데이터 활용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 개인 식별 정보를 제거한 익명 정보를 연구 목적으로 활용하는 절차를 비롯해 환자가 자신의 진료 기록 전송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 응급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담았다.

셋째, 국가 차원의 디지털 헬스케어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한다. 정책심의위원회 구성과 기본계획 수립을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를 일회성 시범사업이 아닌 장기 전략을 갖춘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는다. 관계 부처와 의료계,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 AI 의료 기술을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도 추진된다.

우리가 마주하는 질문은 더 이상 ‘기술을 받아들일 것인가’가 아니다. 기술은 이미 현장에 와 있다. 더 중요한 과제는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 기술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지금은 속도를 앞세운 불확실한 경쟁보다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이미 많은 의료인과 연구자,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규칙을 먼저 이해하고 이를 진료, 연구, 산업에 적용하는 사람은 향후 10년 이상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의료인, 연구자, 환자 모두 규칙 설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눠야 할 공동의 책무다.

김재선 동국대 법대 교수(대한민국의학한림원 법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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