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한때 전기차 업체의 대명사였던 테슬라가 최근 성장성 둔화 우려에 휩싸이며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공격적인 정치 참여가 유럽 판매량 급감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투자자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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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
◇엇갈리는 전기차 업체 주가…테슬라 울고 비야디 웃고
테슬라 주가는 연초 이후 현재까지 30% 넘게 하락했다. 27일(현지시간) 종가는 273.13달러로, 지난 1월 중순께 기록했던 연고점 428.22달러 대비로는 36.2% 급락한 수준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같은 기간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비야디 주가는 같은 기간 55.9% 상승했다.
비야디는 최근 유럽과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판도 재편에 나섰다. 테슬라가 주춤한 사이 틈새를 파고든 셈이다. 이같은 반등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비야디는 배터리 셀부터 차량 완성까지 수직계열화된 생산 구조를 기반으로 원가 절감 능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럽에 추가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현지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 5분 충전만으로 BYD 차량 배터리의 주행 거리를 약 470㎞ 증가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충전 시스템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실제로 비야디의 수출 실적이 급증하고 글로벌 점유율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비야디는 지난해 전기차를 전년보다 41% 증가한 427만대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41만대를 수출했다. 이는 1년 전보다 72% 급증한 수치다. 비야디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3%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2위 테슬라(10%)를 10% 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야디는 지난해 연 매출 규모가 1000억달러(한화 약 146조7000억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전기차 업체 중 매출이 10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위안 기준으로는 전년비 29% 급증한 7770억위안을 기록했다. 순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34% 늘어난 420억위안(약 8조원)에 달한다.
◇머스크 정치 행보에 등돌린 유럽…관세 영향은 변수
반면 투자자들은 테슬라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시각으로 돌아선 분위기다. 실적 부진 우려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 CEO의 정치적 발언이 반복되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간)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2월 유럽연합(EU)과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을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1만6888대가 신규 등록됐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등록된 2만8182대 보다 40.1% 감소한 수치다. 유럽 내 테슬라 점유율은 작년 2.8%에서 올해 1.8%로 크게 줄었다.
감소폭은 EU 지역에서 특히 가팔랐다. EU 지역의 2월 테슬라 등록대수는 1만174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2181대와 비교해 감소폭이 47.1%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유럽 지역 전기 자동차 판매는 26% 증가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테슬라의 유럽 판매 실적 급락세는 두달 연속 이어지고 있다. 앞서 1월에도 테슬라의 유럽 전체 등록 대수는 45.2% 감소했으며, EU에서는 50.3%로 반토막 난 바 있다. 현실 정치 개입, 나치식 인사 논란 등으로 유럽 내 반발을 낳은 결과라는 풀이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테슬라의 판매 급감과 시장점유율 감소는 머스크가 유럽 정치에 전례없이 뛰어든 데 따른 것”이라며 “그는 지난 2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섣부른 비관론보다는 ‘전기차 빅픽처’를 다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밝힌 자동차 관세 부과 방침이 오히려 테슬라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월가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로 테슬라가 ‘승자’가 될 수 있으며 적어도 경쟁사보다 피해를 덜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 등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고율 관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GM) 등 다른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아 관세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