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회의서 노골적 불만 표출
“학생들 나와 있어 협상력 생겨”
일각 “책임질 수 없는데 투쟁 종용”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의료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 참석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선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의료계 ‘선배’ 의사들을 향해 날 선 질문을 던지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0일로 예정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앞두고 휴진 등 적극적인 투쟁에 나서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협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대화와 투쟁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택해 왔지만, 의협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전공의 대표가 내부 비판에 나서면서 의협 내 직역·세대 간 갈등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날 의협은 1·2부로 ‘대선기획본부 출범식 및 의료 정상화를 위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했다. 이어 3부에선 대표들끼리 모여 향후 윤 전 대통령의 파면과 조기 대선 등에 따른 대응 방안을 비공개로 논의했다. 의료계 내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박 위원장은 “‘(선배들이) 학교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학생들이 나와 있어서 협상력에 힘이 실린 것”이라며 “그렇다면 (선배들은) 그만큼 그에 대응되는 것에 대해 어떤 것을 해줄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엔드 포인트(End Point·종료점)라는 건 전공의·학생이 1년 동안 고생하면서 만들어낸 것”이라며 “선배님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논의 자체도 전공의·의대생이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의정갈등 해결의 주축이 전공의·의대생이라며 의대생 복귀를 강조하는 선배들을 향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박 위원장은 의대생 복귀를 호소하는 의대 교수들을 향해선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해야지 왜 어떻게든 교육할 수 있다고 하느냐”며 “여기서 지금 (24·25학번을 합친) 7500명 교육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의료계 내부에선 사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박 위원장의 투쟁 방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 위원장은 최근 의대생 복귀 기류를 두고도 “팔 한쪽 내놓을 각오 없이 뭘 하겠느냐”고 해 의대생 투쟁을 종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박 위원장을 대화 파트너로 삼기 부담스러운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 의협 관계자는 “자신이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의대생 투쟁을 종용하는 행위는 분명 잘못됐다”며 “사태 해결보단 본인이 내부 주도권을 가져가고 싶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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