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왜 해요?" 직장인들 확 달라지더니…'깜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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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적립금이 430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운데 공격형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투자의 트렌드가 원금보장 위주의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배당형 수익률, 원리금보장형 3배

9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9조3000억원(12.9%) 증가했다. 2019년 221조원에 비하면 5년간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운용 방법별로 보면 예금, 보험 등 원리금보장형이 356조5000억원(82.6%)으로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금액도 75조2000억원(17.4%)으로 전년 대비 53.3% 증가했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4년 퇴직연금 전체 연간 수익률은 4.77%를 기록했다. 전년(5.3%)보다 낮지만 최근 5년 및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인 2.86%, 2.31%와 비교하면 양호한 편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지난해 수익률은 9.96%로 원리금보장형(3.67%)의 세 배에 육박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와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자산 배분을 자동 조정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대표 상품으로 떠올랐다. ETF는 국내 주식보다 S&P500 등 미국 시장을 추종하는 상품 위주로 운용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고용주 대신 근로자 개인이 직접 투자·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비중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DC형은 전체의 27.4%를 차지해 2년 전보다 1.8%포인트 늘었다. IRP 역시 같은 기간 17.2%에서 22.9%로 증가했다.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퇴직연금 계좌의 금액 규모가 처음으로 ‘일시금 수령’을 넘어선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연금 수령을 개시한 57만3000개 계좌 중 13%(7만4000계좌)가 연금 형태로 수령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19조2000억원 중 57.0%가 연금 수령이었다. ‘노후 소득 안정’이라는 퇴직연금의 본래 목적에 가깝게 제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DC형 비중 높이고 기금형 확대해야”

이런 가운데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DC형 비중을 확대하고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제언도 나왔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달 말 발표한 ‘사적연금제도 연금화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DB형(확정급여형)보다 DC형 확대가 중장기적으로 수익률 제고에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DB는 기업이 퇴직연금 운용을 책임지는 구조여서 근로자로선 연금 수익률이 임금 인상률을 넘지 못한다. 하지만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임금 인상률도 둔화해 수익률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진은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도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근로자가 자산 운용 방법을 정하지 않으면 자동 적용되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근로자가 선택한다. 원리금보장형 상품도 선택할 수 있어 수익률 제고에 장애물이 된다. 반면 미국, 호주 등 주요국은 실적배당형 상품만 디폴트옵션으로 허용하며, 근로자가 운용 방식을 지정하지 않으면 사업주(고용주)가 상품을 지정한다.

퇴직연금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독립 기금을 설치하고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기금형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국내 퇴직연금 가입자의 보수적인 투자성향을 고려해 일본, 스위스처럼 ‘최저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기금형 도입에 대한 저항을 낮춰야 한다”고 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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