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물드는 장밋빛은 없다 [화폭역정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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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의 ‘삼십 년 혹은 장밋빛 인생’(1931). 뒤피 특유의 화려한 색채와 기쁨의 정서를 집약한 대표작이다. 짙은 분홍으로 뒤덮인 화면은 단순한 사실적 묘사가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뒤피의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하단의 ‘1901’은 뒤피가 고향 노르망디를 떠나 화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한 해, ‘1931’은 파리에 입성해 본격적으로 활동한 지 30주년이 되던 해다. 지난 세월 되돌아보며 시련 속에서도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확립한 스스로에게 보낸 자축이자 ‘인생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선언과도 같은 작품이다. 캔버스에 유채, 100×81㎝. 파리시립근대미술관(프랑스 파리) 소장.여기, 세상이 열광하는 그림이 있습니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걸작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름다운 작품, 화려한 명성 뒤에 숨은 화가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지독하게 어긋난 운명, 고단하고 허무한 삶이었노라고 말입니다. 이데일리는 오랜 시간 ‘그림이 하는 말’을 들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와 함께 세계미술사에 굵직한 획을 그은 천재작가들의 인생역정을 더듬습니다. 단순한 일대기를 넘어섭니다. 뜨거운 예술혼이 맞닥뜨린 차가운 현실, 그 쓸쓸한 생이 한사코 밀어냈을 결정적 장면을 엿봅니다. 삶이 묻고 그림이 답합니다. 캔버스에 굽이치던 화가의 인생길 ‘화폭역정’입니다. 매주 금요일 독자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편집자> [이윤희 미술평론가] “삶이 언제나 내게 미소 지었던 것은 아니지만 난 언제나 삶을 향해 먼저 미소 지었다.” 세상에 즐겁기만 한 인생이 있을까. 누구나 뜻대로 되지 않는 날이 있고 세상이 나를 향해 좀처럼 웃어 주지 않는 시절이 있다. 그런데도 프랑스 화가 라울 뒤피(1877∼1953)는 세상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다면 자신이 세상에 더 친절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뒤피의 이런 태도는 고난을 모르는 자의 순진한 낙관이 결코 아니었다. 뒤피는 노르망디의 항구도시 르아브르에서 형제가 많은 가난한 대가족의 아이로 태어났다. 회계원으로 일하던 아버지는 음악을 사랑했다. 뒤피는 그림을 좋아했으나 온전히 매달릴 형편이 못 됐다. 열네 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커피를 수입하는 회사에 나가 일해야 했고, 열여덟 살 무렵부터 하루가 저문 뒤 르아브르미술학교의 야간반에서야 겨우 그림을 배울 수 있었다. 화가가 되는 길은 그에게 처음부터 훤히 열린 길이 아니었다.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어떻게든 밝게 살자 스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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