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 혼외자 행세를 하며 3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이고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3)씨의 조카를 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6년을 선고받은 전청조(28)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청조는 이 사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며 출소 후 사회인으로 거듭나겠다고 하고 가족들도 보증하겠다며 2억7000여만원을 피해자들에게 송금했으나 이는 투자 과정에서 더 많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리한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사기범행을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가석방으로 석방되자마자 혼인을 빙자해 사기를 저질렀다”며 “여성임에도 필요에 따라 남성으로 가장해 유명인과 사귀면서 유명 오너의 혼외자라거나 주민등록증을 위조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원심의 형이 양형기준을 벗어나 과중하다는 전씨 변호인 주장에 대해 “이 사건은 상상적 경합으로 양형기준을 적용할 사정이 아니다”라며 “일반 투자 사기와 달리 유명인 사칭, 허위 경호 인력 동원, 성별 가장, 자발적 언론 노출 등 일반인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전청조는 사회와 언론의 부정적 반응을 탓하나 전청조의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 크다”며 “불우한 어린 시절은 범행을 정당화할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동종범죄 전력이 다수 있고 재범 위험성이 높고 유사, 모방 범행 발생을 막기 위한 예방을 위해서라도 상당한 실형 선고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점’ ‘수사에 협조한 점’ ‘반성문을 다수 제출한 점’ 등은 감경 사유로 고려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그의 범행을 도운 경호실장 이모(27)씨는 1심보다 무거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청조의 경호원 비서 행세를 하며 계좌, 신용카드, 고급 주거 렌트, 외제차 렌트 등 상당한 부분 관여했다”며 “자신의 수익을 목적으로 전청조의 사기를 방조했음에도 이 법원에 이르기까지 전청조의 사기 범행을 인식 못했다고 부인해 피해회복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3~10월 국내 유명 기업의 숨겨진 후계자와 경호실장 행세를 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금 등의 명목으로 피해자 22명으로부터 약 27억2000만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또한 지난해 8월 남씨의 중학생 조카 A군을 어린이 골프채로 10여 차례 때린 혐의, A군이 남씨에게 용돈을 요구하자 ‘주변에 친구가 없게 하겠다’ 등 메시지를 보내 협박한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다.
이씨는 전씨의 경호원 역할을 하며 고급 주거지와 외제 차량을 빌리는 데 명의를 제공하고 사기 범죄 수익을 관리하며 일부를 나눠 가진 혐의를 받는다.
1심은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2년, 조카 폭행 혐의로 징역 4년을 각각 별도로 선고했다. 이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기 혐의와 아동학대 혐의를 병합해 심리했다.
전 씨는 지난달 결심 재판에선 최후 진술로 “피해자들에게 제 잘못을 말하며 머리 숙여 죄송하다고 말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감옥에서 보낸 1년 동안 ‘누가 됐든 죄를 지으면 언젠간 꼭 벌을 받고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모든 피해자에게 용서받을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