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다시 그리는 노래’
“삶 지탱해 주는 민속음악 선사”
9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 리허설 현장에서 서도 민요 ‘긴도라지타령’이 울려 퍼졌다. 도라지타령은 흔히 경기 민요로 알려져 있지만, 서도(황해도, 평안도)의 도라지타령이 그 뿌리다. 노래에선 꺾는 음과 간드러진 음을 많이 사용한 서도민요 특유의 애절함이 잘 느껴졌다.
이날 리허설은 10, 11일 열리는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정기 공연 ‘다시 그리는 노래’를 위해 마련됐다. 일제강점기부터 1960년대에 이르기까지 널리 불렸지만, 오늘날에 이르러 잊혀진 민요 26곡을 엄선해 선보이는 공연이다. 각 민요들은 남아있는 음원과 현장 조사로 수집한 자료 등을 통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리허설 현장에서 만난 유지숙 예술감독은 “흙 속 진주를 찾아내는 마음으로 민요를 다듬었다”며 “각 지역 민요의 전형적인 매력을 찾아가는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민속악단 50여 명이 경기, 서도, 남도, 강원도 등 다양한 지역의 소리를 들려준다. 경기 소리를 노래하는 1막에선 ‘회심곡’ ‘선산애원성’ 등 세상을 떠난 이를 애틋하게 그리는 노래들을 주로 선보인다. 서도 소리를 다룬 2막에선 아이를 어를 때 부르는 ‘둥개타령’, 소리꾼이 가야금을 연주하며 부르는 ‘청류원’ 등을 감상할 수 있다.3막은 남도 소리를 다뤘다. ‘화전가’ ‘매화가’ ‘도화가’ 등 꽃을 주제로 한 화사한 노래들로 분위기를 바꾼다. 경기와 서도 민요가 함께 어우러지는 4막에선 꽹과리와 북, 장구 등 사물놀이 연주에 맞춰 ‘인천 장타령’ ‘강원 장타령’ 등을 불러 더욱 흥겨운 분위기를 이끌어 낸다.
‘다시 그리는 노래’는 발에 씌운 인형탈 ‘발탈’을 활용해 극을 전체적으로 이끄는 재담꾼을 둔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 중 하나다. 재담꾼 역할을 맡은 정준태 씨는 적절한 타이밍에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공연 해설을 곁들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김태욱 연출은 “재담꾼을 통해 해학적으로 이야기를 던지면 자연스레 백성들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무대도 백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당놀이 판처럼 꾸미고자 했다”고 설명했다.공연자들의 머리 위 스크린에선 ‘꽃’ ‘달’ 등 각 공연에 맞는 화면을 재생해 관객이 몰입하도록 만든 점도 눈길을 끈다. 유 감독은 “음악성이 높으면서 세련된 소리를 골랐고, 편안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 연출은 “이번 공연을 보고 ‘민속음악이 우리를 하나로 엮고 삶을 지탱해 준다’는 것을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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