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가 체질’ 전여빈 “버림받은 길고양이처럼 보이고 싶었죠”[인터뷰]

4 weeks ago 9

배우 전여빈이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의 종영 인터뷰에서 극 초반 ‘버림받은 길 고양이’처럼 보이고 싶어 체중 감량을 하고, 메마른 느낌을 주기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mmm

배우 전여빈이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의 종영 인터뷰에서 극 초반 ‘버림받은 길 고양이’처럼 보이고 싶어 체중 감량을 하고, 메마른 느낌을 주기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mmm

‘착한 여자 부세미’는 끝났지만, 전여빈의 존재감은 여전히 강렬하게 남았다. 처음으로 타이틀롤을 맡은 그는 ‘장르물이 체질’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섬세한 감정선과 밀도 높은 표현력으로 안방극장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는 시한부 재벌 회장과 계약 결혼을 한 여자 경호원 김영란의 이야기. 전여빈이 연기한 영란은 회장의 유산을 노리는 이들을 피해 ‘부세미’라는 이름으로 위장 신분을 갖고 3개월간 살아남아야 하는 인물이다. 김영란과 위장신분 부세미란 1인 2색을 오간 그는 절제된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다채로운 서스펜스를 표현해내며 호연을 펼쳤다. 

O버림받은 길고양이처럼 보이고 싶었어요

전여빈이 연기한 김영란은 1인 2역을 넘어 3단계의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소년원 출신으로 세상의 편견 속에서 살아온 경호원 김영란, 위장 신분으로 살아가는 시골 유치원 교사 부세미,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나 세상을 똑바로 마주하게 된 ‘진짜 김영란’이다.

“초반의 영란은 버림받은 길고양이처럼, 생존 본능이 앞선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러한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외형적으로도 거칠고 메마른 느낌을 살렸다고 했다.

부세미는 영란이 평생 꿈꿔온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러나 어딘가 희귀하고 낯선 ‘부세미’란 이름은 ‘평범’을 동경하면서도 결코 평범해질 수 없는 영란의 삶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도 하다.

전여빈은 “쇼윈도에 있는 드레스를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입으면 과하거나 어색한 경우가 있잖아요. 부세미는 (영란과 달리) 늘 정돈돼 있지만 어딘가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이질감을 주고 싶었다”며 작은 제스처와 표정 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 썼다고 말했다.

배우 전여빈이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의 종영 인터뷰에서 극 초반 ‘버림받은 길 고양이’처럼 보이고 싶어 체중 감량을 하고, 메마른 느낌을 주기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mmm

배우 전여빈이 드라마 ‘착한 여자 부세미’의 종영 인터뷰에서 극 초반 ‘버림받은 길 고양이’처럼 보이고 싶어 체중 감량을 하고, 메마른 느낌을 주기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 | 매니지먼트 mmm

O“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걸 소리치고 싶었죠”

전여빈은 김영란의 절박함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도 연기를 사랑하지만 한동안 ‘이름 없는 존재였던 시절’이 있었다.

“저 역시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내가 여기에 존재한다는 걸, 나의 쓸모와 가치를 누가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어요.”

전여빈은 2017년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영화 ‘죄많은 소녀’로 독립영화계의 스타가 되며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다. 그는 ‘죄많은 소녀’와 ‘착한 여자 부세미’를 함께한 배우 서현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모든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지만 현우 선배와는 무명 시절부터 함께 했던 사이라 애틋함이 있어요. 뉴 커런츠상 받으면서 저희끼리 너무 기뻐했던 밤이 생생하거든요.”

‘착한 여자 부세미’에서 서현우와의 마지막 신에서는 서로 울컥하는 바람에 대사를 이어가기 힘들 정도였다. 그는 당시 눈물의 의미에 대해 “서로의 10년 전의 모습을 알잖아요. 열심히, 부단히 여기까지 잘 달려왔다는 걸 알기에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어요”라 설명했다.

‘검은 수녀’, ‘우리영화’, ‘부세미’까지 쉼 없이 달려온 전여빈은 이번 작품을 마친 뒤 잠시 숨을 고를 예정이다.

“예전에 저의 운동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주셨죠. 프로는 자신의 열정을 어떻게 구축하고 어떻게 끌고 갈지 ‘힘 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몇개월이 될지 모르지만 다음 작품까지 잠깐의 ‘방학이 주어졌다’고 한 전여빈은 그 시간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더욱 뜨겁게 ‘예열’하는데 쓰겠다고 했다.

“감사하게도 작품에 대해 감사한 마음, 사무치는 감정이 여전해요. 그런 마음가짐이 제 안에 성숙하게 잘 머물러줬으면 좋겠다고 늘 기도하고 있어요.”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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