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한 롯데 자이언츠맨으로 남은 정훈(39)이 마지막 사직 그라운드에서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롯데 구단은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릴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LG 트윈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정훈의 은퇴식을 진행했다.
정훈은 양덕초-마산동중-용마고 졸업 후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하며 프로 무대를 밟았다.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09시즌 종료 후 육성선수로 롯데에 입단해서야 비로소 꽃피웠다. 2010년 1군 데뷔 후 2025년 은퇴하기까지 롯데에서만 147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71(4211타수 1143안타) 80홈런 532타점 637득점 76도루, 출루율 0.353 장타율 0.389의 기록을 남겼다.
사실상 두 번째 은퇴식이었다. 롯데는 지난 4월 17일 부산 한화 이글스전에서 은퇴식을 마련했으나, 우천 취소로 치르지 못했다. 사인회를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난 정훈은 "그때보다 조금 덜 긴장되는 건 있다. 그래도 일단 한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어제 잠은 정말 잘 잤다"고 웃었다.
이어 "사실 첫 번째 은퇴식을 준비할 때는 그냥 내가 이 팀에 오래 있어서 챙겨주신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은퇴식을 했던 분들과 결과값만 놓고 봤을 때 내가 확실히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롯데라서 (은퇴식도) 할 수 있었다. 롯데 팬분들이 은퇴식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해주셔서 이뤄질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팬들의 감사한 마음을 두 번의 사인회로 전했다. 당시 많은 비에도 현장을 찾은 100명의 팬에게 사인한 정훈은 이날 또 다른 100명의 팬을 위해 사인회에 참석했다. 이날 부산 사직야구장에는 2만 3200명 만원관중이 모였다.
정훈은 "팬분들은 '고생했다', '고마웠다'는 말을 제일 많이 해주셨다. 팬분들이 내 야구를 보면서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그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다. 2~3년 잘할 때도 있었지만, 긴 야구 인생에서 꾸준히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걸 알고 팬분들이 '고생했다', '고마웠다'고 많이 이야기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도를 인정받은 느낌이라 감사했다. 사실 그것 때문에 은퇴식도 할 수 있었다. 팬분들이 좋아할 때도 욕할 때도 있었다. 그게 부담스러웠을 때도 있었지만, 유니폼을 벗어 보니까 그런 관심이 감사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사직야구장 중앙 관중 출입구에는 정훈의 커리어를 담은 사진전이 열렸다. 경기 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황재균, 손아섭, 강민호 등 과거 함께 뛰었던 동료들이 축하 영상을 보냈다. 이대호는 은퇴식에 직접 참석해 꽃다발을 전했고, 박해민을 비롯한 LG 선수단의 축하 박수도 이어졌다. 롯데 선수들은 정훈 이름의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나섰다.
전·현직 동료들의 헌사에 은퇴식을 앞두고 "눈물 안 흘릴 것 같다"고 딱 잘라 말하던 정훈의 결심도 무너졌다. 정훈은 전광판에 우는 자기 모습이 잡혔음에도 눈물을 훔치며 팬들에게 '선수' 정훈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경기 시작 직전에는 가족들의 영상 편지가 공개됐다. 큰 아들 정지우 군이 시구, 작은 아들 정지환 군이 시타, 정훈이 시포를 맡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정훈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은퇴식이라는 개념을 정확하게 모르는 것 같다. 행사에 초대받아서 가는 줄 알고, 내게 '아빠 좋겠다'고 하더라"라며 "또 롯데가 경기하는 시간에 난 집에 있고, 최근 불꽃야구에서 야구를 하다 보니 완전히 그쪽으로 돌아선 것 같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이젠 어딜 가나 '우리 아빤 불꽃야구 선수'라고 하고 다니더라"라며 미소 지었다.
잘했다는 말보다 고생했다는 팬들의 말이 못내 마음에 남았다. 정훈은 "처음 은퇴식 한다고 했을 때 '어떻게?'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힘들게 야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주위 대부분의 사람이 '고생했고, 열심히 잘 버텼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줬다. 그동안 잘했다기보단 고생했다는 말을 제일 많이 들은 것 같다"고 멋쩍은 심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팬들에게는 주연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는 수비가 됐던, 대타가 됐던 어느 순간 '롯데에는 이 선수(정훈)가 있었어야 했다'라는 정도로 기억만 돼도 좋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정훈 은퇴사 전문
- 안녕하십니까. 정훈입니다. 먼저 우천으로 은퇴식이 연기가 됐는데, 다시 한번 귀한 시간 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의 은퇴식을 보며 팬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게 부럽기만 했는데, 제가 이런 자리에 서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제게 과분한 자리를 만들어주신 롯데 자이언츠 이강훈 대표님, 박준혁 단장님, 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난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며 이제는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야 하는 때가 왔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됐습니다. 야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지만, 더 이상 팬분들의 응원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망설이게 만들었습니다. 시즌이 끝나고 많은 고민 끝에 제가 사랑했던 롯데 자이언츠를 위해 팬분들을 위해 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16년 동안 뜨거운 응원과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누구보다 행복했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평범했던 야구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를 만나 조금은 특별한 야구 선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팬분들이 있었기에 정훈이라는 선수가 있었습니다.
저에게는 야구하면서 늘 감사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김태형 감독님을 비롯한 김시진, 허문회 감독님 등 여러 감독님과 같이 했던 모든 코치님께 많은 걸 배워서 지금까지 야구 선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이 자리에 와주신 대호 형, 혜정이 누나 항상 지치고 힘들 때 쓰러지지 않도록 버팀목이 돼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4년 전 대호형 은퇴식에서는 제가 많이 울었는데, 오늘은 대호 형이 눈물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준우 형 함께하는 동안 항상 즐거웠고, 고마웠고,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저의 버팀목이 돼준 가족들에게 감사합니다. 10살부터 야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한결같이 믿고 응원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시즌 내내 독박 육아를 하며 한 번도 힘든 내색 없이 항상 힘이 돼준 와이프, 아빠가 롯데자이언츠라서 자랑스럽다고 늘 이야기해주는 지우, 지환이까지. 앞으로는 내가 보답하면서 좋은 아들, 멋진 남편, 최고의 아빠로 살아갈게. 고마웠어.
이제는 마지막 인사를 드리려고 합니다.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팬분들을 만날 수 없지만, 평생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에서 롯데 자이언츠 한 명의 팬으로 팬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야구 선수 정훈이 아닌 롯데 자이언츠 정훈이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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