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아르코 썸 페스타
8월 한여름, 대형 극장 대신 소극장 교회 도서관 책방 카페 같은 일상 공간에서 관객과 호흡하는 축제가 열린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 아르코 썸 페스타(ARKO SUM FESTA)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춘천공연예술제와 생생우리음악축제다.최근 광화문 동아일보 사옥에서 춘천공연예술제 이윤숙 축제감독과 생생우리음악축제를 이끄는 문화발전소 열터 김정오 대표를 만났다.

이 축제의 뿌리는 ‘가진 것 없이 모인 사람들’이다. 이윤숙 감독은 그 출발을 이렇게 회고한다.
“재능기부 십시일반으로 시작된 축제예요. 그러다 보니 몸만 와서 할 수 있는, 세트가 없는 공연인 음악과 무용이 중심이 돼서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게 됐어요. 지금도 무용을 기반으로 하지만 음악, 연극, 어린이 공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축제여서 ‘공연예술제’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올해 주제 ‘러너스 하이’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여름은 월드컵 같은 스포츠 행사와 시기가 자꾸 겹치더라고요. 그래서 스포츠 용어와 공연예술의 접점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페어 플레이, 와일드 카드, 러너스 하이’로 3년 동안 축제 기획 콘셉트를 정했어요. 올해가 마지막장인 ‘러너스 하이’입니다.”
― 스포츠와 공연예술의 공통점은.
“고통 끝에 환희가 온다고 하잖아요. 고통과 환희, 어떻게 보면 몰입과 해방이죠. 공연예술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닮아 있어요. 그 과정에 중점을 두고 살펴보는 축제가 올해 축제입니다.“

― 춘천에는 오래된 공연 축제가 많은데.
“춘천마임축제, 춘천인형극축제, 춘천연극제가 40년 안팎의 전통을 가진 3대 축제로 늘 손꼽히죠. 우리 축제는 이름은 이런 모든 축제를 아우를 것 같은 ‘춘천공연예술제’입니다. 부족한 예산에도 아티스트분들의 적극적이고 헌신적인 참여로 축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 일상의 공간에서 공연하면 무엇이 달라지나.
“진짜 감동적이에요. 교회 신도분들이 음악 공연 끝나면 무용 공연까지 보러 오시는 거예요. 낯선 극장에 들어갔으면 경직됐을 텐데, 자기 공간이니까 귀가 열리고 눈이 트여요. 그게 일주일도 안 되는 사이에 바뀌어요. 음악 공연 본 분들이 관객 없는 마지막 날 공연까지 찾아오시더라고요. 일상에서 만나는 공연예술이 그냥 왁자지껄 흘러 지나가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가까이 들어오는 거죠.”

춘천의 여름에는 대학생들이 서울로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축제기간 중 서울발 ‘아트버스’를 운영한다. “숙박과 공연 티켓을 제공하고 자유여행 시간을 줘서, 빵지순례나 막국수·닭갈비 같은 걸 안내하는 거예요. 지역과 공연예술이 결합하는 운영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만든 기획입니다.”
● 숨소리까지 들리는 무대
제9회 생생우리음악축제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경기 화성시 봉담읍 일대의 문화거점 공간에서 열린다. 책방과 작은도서관, 카페가 무대가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와 언플러그드로 이어진다.
문화발전소 열터 김정오 대표는 스피커도 마이크도 쓰지 않는 이유를 우리음악의 본질에서 찾는다.
― 왜 마이크 없이 음악공연을 하는가.
“국악공연에서도 요즘은 음향을 많이 쓰지만, 예전에는 아예 그런 게 없었잖아요. 음향시설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단점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그걸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살려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공간을 찾았고, 거기서 생으로,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축제를 만들었죠. 창작 음악 하는 젊은 친구들이 건반 정도는 들여오기도 하는데, 최대한 안 쓰게 하고 생으로 그대로 하려고 합니다.”

“지역에 있는 작은 도서관, 동네 서점, 마을 극장, 커피숍처럼 작은 공간들을 찾죠. 열 군데 정도 찾아서 그분들과 함께 해요. 많이 들어오는 공간은 관객이 50~60명, 적은 곳은 10명 정도예요. 그런데 10명 정도 들어오는 공간에서 생 목소리로 공연하면, 그때 감동이 정말 커요.”
― 작은 무대의 장점은.
“TV에서 ‘국악 한마당’ 보고 있으면 저도 진짜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작은 골방 같은 데서 듣고 같이 교감하면 울고 웃고 하는 게 나오거든요. 국악은 음향으로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음악이 아니에요. 자세히 잘 듣고 이야기하다 보면 정서적으로 교감이 되고, 거기서 자기를 바라볼 수 있고, ‘우리 게 좋구나’ 하고 서서히 갈 수 있는 거죠. 그런 걸 무대라는 그 큰 틀에 집어넣는다는 자체가, 굳이 그래야 되나 싶은 거예요.”

“저녁이 되면 선생님들이 작은 골방에 모여서 ‘너 해봐라’ 하고 나면 자기 걸 한 번 풀어주고, 또 다른 선생님이 해주고. 그런 과정이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게 진짜 우리 전통을 풀어내는 모습이지 않을까, 이런 걸 한번 해보고 싶다고 어릴 때부터 고민만 했었죠.”
김 대표 자신도 탈춤꾼 출신이라, 공연팀에 사람이 부족하면 지금도 직접 무대에 서기도 한다.

“전국에서 120여 팀이 지원해서 13팀 정도를 선정했어요. 소리를 중심으로 가야금, 아쟁, 거문고가 많고, 올해는 소리 하는 젊은 친구들이 특히 많아요. 민요도 하고 판소리도 하는데, 요즘 친구들은 다 창작곡을 들고 와요. 자기 게 없으면 들어오기가 힘드니까요. 한 팀이 30~40분을 하니까 공연만 하고 갈 수가 없어요. 이 곡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자기 가치관이 어떤지 이야기하고 관객과 소통하게 되거든요.” 책방의 ‘저자와의 만남’을 닮은 풍경이다.

“처음에는 책방이나 카페에 가면 업주 분들이 ‘굳이 내가 너희들이랑 이걸 해야 돼?’하는 게 정말 강했어요. 바느질 공방까지 찾아가서 ‘국악이 원래 이래요, 이 공간에서 하면 훨씬 장점을 살릴 수 있어요, 도와주세요’ 했죠. 그러다 다섯, 여섯 군데가 뚫리고, 사장님들 영상도 만들어드리고 지역 인터뷰도 해드리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같이 합시다’고 먼저 다가오시더라구요. 대관료는 무료예요. 대관료를 받으면 우리는 같이 안 할 거예요. 그건 서로 상생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봉담이라는 작은 읍에 집중하게 된 것도 시행착오의 결과다.
“처음엔 화성 전역에서 3년쯤 했는데, 너무 파편적인 거예요. 끝나고 나면 ‘넓은 지역에서 작은 공연 몇 개 했구나’ 하는 형태로 남더라고요. 그래서 봉담이라는 작은 마을에 집중해서 축제 형태로 하자, 이렇게 됐죠.”
김 대표는 봉담이 백세주와 국순당 쌀막걸리가 빚어지던 화성양조장의 고향이라는 지역성을 살려, 올해는 전통주 회사와의 협업도 추진 중이다. ‘아르코 썸 페스타(ARKO SUM FESTA)’는 ‘대한민국공연예술제’에 선정된 연극·무용·음악·전통예술 축제를 ‘세상의 모든 공연축제’라는 슬로건 아래 묶은 브랜드다. 올해는 7~9월 전국 15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축제를 중심으로 열린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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