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제조 통역사' 엠투아이 "피지컬AI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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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제조 통역사' 엠투아이 "피지컬AI 진출"

“인공지능(AI) 자율제조 시대에 꼭 필요한 통역사이자 중개자가 될 겁니다.”

강원희 엠투아이코퍼레이션 대표(사진)는 “우리는 전 세계 어느 기업보다 기계 언어를 많이, 깊이 있게 알고 있는 회사”라며 이렇게 말했다. LG산전(현 LS일렉트릭) 제어기기연구소에서 분사해 1999년 설립된 엠투아이는 스마트팩토리의 핵심 인프라인 스마트 휴먼머신인터페이스(HMI)와 감시제어·데이터수집(SCADA)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이 회사의 핵심 경쟁력은 산업 현장에서 생성되는 데이터, 즉 기계의 언어를 사람과 시스템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기술이다. 스마트팩토리 밸류체인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첫 단계로 공장 기계에서 발생하는 진동과 소리, 온도, 압력, 생산 속도, 생산량 등 데이터를 센서가 감지한다.

두 번째 단계로 감지된 데이터를 수집·분석·처리하고 감시 및 제어하는 것이 SCADA, 이 데이터를 현장 근로자가 모니터링하고 조작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에 구현해주는 장치가 HMI다. 이보다 높은 단계에서 생산 현장의 작업을 실시간 제어하는 게 제조실행시스템(MES)과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이다. 강 대표는 “엠투아이는 현장 설비(OT)와 상위 정보시스템(IT)을 잇는 허리 구간을 맡고 있다”며 “아무리 뛰어난 IT솔루션을 써도 양질의 데이터 공급 없이는 무용지물”이라고 설명했다.

엠투아이의 주요 고객은 국내 대형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기업을 망라한다. 주력 제품인 HMI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의 가스공급 장치, 냉각기, 세정기 같은 주요 장비에 모두 들어간다. 총 HMI 매출의 50~60%가 반도체향이다. 강 대표는 “대형 반도체 팹이나 2차전지, 디스플레이 공장이 지어질 때마다 2만~3만 대의 HMI가 들어간다”며 “반도체 전 공정 라인 증설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이 본격화되면 매출이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추진 중인 AI 자율제조 프로젝트도 엠투아이에 기회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정부 정책을 통해 개발된 스마트팩토리는 현재 3만 개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76%는 생산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데 그치는 기초단계에 머물러 있다. 강 대표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과 달리 중소·중견기업의 스마트팩토리는 이미 몇십 년 된 공장, 기계를 스마트화해야 하는 환경”이라며 “경쟁사인 지멘스와 미쓰비시 등 글로벌 업체가 자사 언어만을 기반으로 서비스한다면 우린 모든 제품을 스마트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 밸류체인 확장에도 나섰다. 엠투아이는 지난 9월 SK그룹으로부터 물류 자동화 분야 국내 선두권 기업인 에스엠코어를 인수했다. 지난해 엠투아이는 매출 368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다. 에스엠코어 매출(1632억원)이 더해지면 엠투아이의 외형은 2000억원 수준으로 커진다. 5월엔 로봇제어시스템(ACS) 전문기업 벰로보틱스에 투자해 로봇제어기 등 제품 개발도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 대표는 “에스엠코어가 보유한 수출 네트워크와 스마트 물류 시스템 경쟁력을 엠투아이의 스마트 제조와 결합할 것”이라며 “아직 초기 단계인 로봇 제어기 영역에도 진출해 피지컬 AI 분야에서 입지를 넓힐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 수집부터 학습, 제어, 로봇으로 이어지는 AI 자율제조 전 과정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안양=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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