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만 공정위 ‘LTV 과징금’ 부과 사실 명시
“과징금은 올해, 보고서는 지난해 기준” 해명
그러나 유리한 사안은 올해분도 기재
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이 최근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계열 은행이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받은 수백억원대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 담합 과징금을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이를 공시한 곳은 KB금융이 유일했다. 국제 공시 기준은 반독점 행위로 인한 금전 손실을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일부 금융지주가 이를 누락하면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자랑만 담는 홍보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매일경제가 4대 금융그룹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KB금융은 보고서에 “KB국민은행은 2026년 2월 20일, 부동산 담보대출의 LTV(담보인정비율) 관련 정보 공유를 통한 부당한 공동행위(담합) 혐의와 관련하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697억 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통지받았다”고 명시했다. 이어 해당 사안이 “시중은행 간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제한한 반독점 및 반경쟁적 행위에 해당”한다는 성격을 규정하고 2025년 말 과징금 예상액에 대한 기타충당부채 설정 사실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 검토 경과를 함께 서술했다.
반면 나머지 3개 그룹 보고서에서는 합계 2022억여원에 달하는 과징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4사 중 최대 과징금(869억원)을 받은 하나은행이 속한 하나금융 보고서에는 ‘담합’과 ‘과징금’ 관련 언급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해당 사안을 공시해야 할 국제 지표가 참조 페이지로 지정한 ‘금융사고 관련 금전적 손실’ 항목에도 과징금은 반영되지 않았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같은 지표에 대해 보고서 본문 서술 없이 각각 사업보고서를 참고하라고만 안내해, 수백억원대 제재 사실을 사실상 외부 문서로 돌렸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부동산 담보대출의 LTV 정보를 교환하며 경쟁을 제한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나은행 869억원,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우리은행 515억원 순으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신설된 정보교환 담합 규정이 적용된 첫 사례다.
각 그룹이 비워둔 지표는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가 상업은행의 ‘기업윤리’ 항목으로 규정한 ‘FN-CB-510a.1’이다. 사기·내부자거래·반독점·반경쟁적 행위·시장조작·업무상 배임 등과 관련된 법적 절차의 결과로 발생한 금전적 손실 총액을 금액으로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정량 지표로, LTV 담합 과징금이 정면으로 해당한다. 4대 그룹 모두 보고서에 SASB 산업표준을 반영했다고 스스로 명시하고 있다.
신한·하나·우리 등 과징금 부과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금융지주들은 모두 “과징금은 올해 들어 결정이 났기 때문에 지난해 기준으로 작성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은 각 보고서의 기재 내용과 배치된다. 하나금융은 보고서에 “사안에 따라 일부 데이터에는 2026년 상반기 내용까지 포함됐다”고 밝히면서, 올해 1월 총 1조5500억원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사업 프로젝트 참여와 4월 6억유로 규모 그린 커버드본드 발행 등 과징금 부과 이후 시점의 유리한 사건은 보고서에 담았다. 신한금융도 “일부 정성데이터는 2026년 3월까지의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같은 조건에서 KB금융이 과징금을 공시했다는 점에서 ‘기간 밖’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금융권이 내부통제와 윤리경영을 중대 이슈로 보고 있지만 정작 해당 영역에서 발생한 대형 제재를 선택적으로 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자율공시 사항으로 보고 내용을 하나하나 강제할 수는 없다”라면서도 “불리한 정보가 걸러지는 관행이 보고서 신뢰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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