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테크 시가총액이 하루 새 1000조원 넘게 증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에 주가가 곤두박질친 탓이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시총 1위 기업인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9.25% 떨어진 203.1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6월10일(192.47달러)ㅠㄹ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가다. 이날 애플 주가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였던 2020년 5월 이후 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총은 이날 하루에만 3110억 달러(약 450조9000억원) 쪼그라들었다.
애플은 제품 상당수를 중국에서 제조해 다른 빅테크와 비교해 주가 낙폭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에 대해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했는데, 기존에 중국에 적용해온 20%의 관세를 더하면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의 관세는 54%까지 치솟게 된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미국 로젠블래트 증권은 미국에서 799달러에 출시된 아이폰16의 가격이 관세 인상으로 인해 가격이 최대 1142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공동 창립자는 “애플이 관세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가격을 최소 30%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가 급락한 빅테크는 애플 뿐만이 아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전일 대비 7.81% 떨어졌다. 시총은 하루새 2030억달러 줄어들었다. 아마존(-8.98%). 메타(-8.96%), 테슬라(-5.47%) 등 기업 주가도 5% 넘게 떨어졌다. 다만 알파벳(구글 모회사)과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각각 3.92%와 2.36%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경제가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수술이 끝났다”며
“환자는 살았고 회복 중”이라고 적었다. 이어 “예후는 환자가 이전에 비해 더 훨씬 더 강하고, 더 크고, 더 좋고, 더 회복력이 있으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