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미디어·콘텐츠 기업 컴캐스트가 투자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새 테마파크가 선보여진다.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는 22일(현지시간) 새 테마파크 '에픽 유니버스'(Epic Universe)를 정식 개장하고 기념행사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에픽 유니버스를 통해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가 '잠깐 들러보는 곳'이 아닌 '목적지'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각오다.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는 그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디즈니 리조트 디즈니월드에 밀려 수년간 2등에 머물러 왔다. 미국 CNBC는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플로리다, 유니버설 아일랜드 오브 어드벤처, 워터파크 볼케이노 베이 등 3개의 테마파크와 여러 개의 호텔을 자랑했지만, 목적지로 여겨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디즈니월드를 방문하며 함께 찾는 곳 정도로 여겨졌다는 의미다.
유니버설 올랜도 리조트의 사장인 캐런 어윈은 "4번째 스튜디오 '에픽 유니버스'가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며 "우리를 일주일 휴가를 즐기는 목적지로 확고히 할 뿐만 아니라, 리조트에 세 개의 호텔도 추가됐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다변화 시도로 무역 전쟁 우려가 커지고, 주식 시장 역시 큰 변동성을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테마파크 가격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예산에 민감한 사람들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시장분석업체 모펫 네이선슨 공동 창립자이자 수석 분석가인 크레이그 모펫은 "한때 테마파크를 방문하는 건 대중적인 휴가 방식이었지만, 이제 더는 사실이 아니라 볼 수 있다"며 "티켓만 해도 여러 날 동안 방문하면, 한 가족이 1000달러(한화 약 130만원) 이상 들 수 있는데, 여기에 호텔비와 식사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에픽 유니버스는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 '슈퍼 닌텐도 월드', '드래곤 길들이기', '천체 파크', '다크 유니버스' 등 총 5개의 테마로 1990년부터 운영된 기존 유니버설 스튜디오 시설에서 몇 마일 떨어진 부지에 750에이커(약 304만㎡) 규모로 건설됐다. 이번 테마파크 개장에 따라 유니버설 리조트의 전체 규모가 2배로 확대됐다.
NBC유니버설의 모회사인 컴캐스트는 2011년 유니버설 테마파크 사업을 인수한 이후 이곳에 가장 큰 금액을 투자했다. 정확한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약 70억달러(약 9조7000억원)가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미국 현지 언론의 발표다.
본래 컴캐스트는 2019년 에픽 2019년 이 신규 테마파크 사업 계획을 발표했는데, 코로나19로 건설이 지연되면서 올해에야 공개될 수 있었다.
컴캐스트가 테마파크에 파격적인 투자를 이어온 것에 대해 CNBC는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고 분석했다. 2024년 기준 테마파크 매출은 전체 매출의 20%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디어 사업부보다 작지만, 수익성이 높았다.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조정 이익의 약 44%를 차지했다.
앞서 디즈니가 향후 10년간 600억달러(약 82조9800억원)을 투자해 놀이공원 시설 개선, 혁신, 확장을 약속한 가운데 에픽 유니버스가 문을 열면서 앞으로의 방문객 유치를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에픽 유니버스에는 증강현실(AR)과 고해상도 영상 등 첨단 기술이 다수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픽 유니버스는 올랜도에 25년 만에 새로 생긴 테마파크라는 점에서 그동안 발전한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유니버설은 에픽 유니버스에 선보여지는 시설들에 반영된 혁신기술로 161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여기에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효과, 놀이기구 디자인, 로봇 공학 등이 포함된다. 더불어 무궤도 놀이기구 시스템, 증강 현실, 고해상도 프로젝션이 도입된다.
여기에 유니버설은 '쥬라기공원', '미니언즈'와 같이 이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위키드'와 같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지식재산권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발전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023년 디즈니월드 리조트 방문객은 4880만 명으로, 유니버설의 1980만 명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
모펫 네이선슨은 유니버설의 에픽 유니버스가 2026년까지 950만 명의 방문객을 추가로 끌어들이면서 디즈니는 2년간 100만 명의 방문객을 잃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렇지만 투자회사 TD 코웬의 분석가 더그 크루츠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경쟁 상황은 올랜도를 더욱 매력적인 휴가지로 만들 것"이라며 "그것은 디즈니에도 좋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