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직 수습입니다' 펴낸 박혜연 동덕여대 교수
보상 사다리가 흔들리면서
사회시스템 냉소하는 상태
인간관계도 부담스러워해
기성세대 선입견 없애고
진정한 관심으로 대해야
한달에 한번쯤 접점 가지길
회식이라면 기피하고 조금만 불편해도 빠르게 손절하는 세대. 기원전부터 "요즘 것들 버릇없다"는 소리가 나왔다지만 'Z세대 신입'에게 따라다니는 꼬리표는 유독 가혹하다. 이제 막 사회 진출을 시작했음에도 "개념 없고 나약하다"는 프레임이 이토록 빨리 씌워진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최근 Z세대를 위한 심리학 교양서 '마음은 아직 수습입니다'를 펴낸 박혜연 동덕여대 ARETE교양대학 교수는 청년 세대의 행동 패턴이 조직과 사회가 함께 읽어야 할 신호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그는 "Z세대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지만 그에 합당한 보상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다음 목표도 쉽게 찾지 못했다"며 "일종의 '번아웃 네이티브'에 가깝다"고 규정한다. 2020년부터 교단에서 학생들 이야기에 귀 기울여온 박 교수를 만나 이들의 마음을 읽을 실마리를 들어봤다.
◆ 요즘 20대는 번아웃 상태
Z세대를 읽는 첫 번째 키워드는 '열정 없음'이다. 박 교수는 이들의 상황을 "처음부터 열정이 없는 게 아니라 열정을 쏟아부은 뒤 적절한 보상을 경험하지 못한 데서 오는 소진"으로 해석한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입시와 스펙 경쟁 속에서 살아온 세대다. 문제는 그 노력에 비례한 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박 교수는 "많은 학생이 이미 번아웃 상태로 대학에 입학한다"며 "학벌·스펙이 안정된 삶으로 이어지던 보상 사다리가 흔들리면서 사회 시스템에 냉소해졌다"고 분석했다. 일종의 번아웃 네이티브로, 열정이 다 타버린 세대라는 얘기다.
이들이 회식에 가지 않는 이유도 단순하다. 당장 자신에게 '보상'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인맥을 쌓고 상급자의 눈에 들면 회사 생활이 '풀렸던' 기성세대와 달리 장기근속의 기대와 조직 내 보상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세대에게 회식은 감정노동으로만 느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 인간관계를 리스크로 인식
두 번째 키워드는 '인간관계 피로'다. 박 교수는 강의실에서 가장 자주 마주한 고민이 의외로 대인관계였다고 털어놓는다. 학생들은 사람을 만나 관계를 만들고 그 관계를 유지하는 일 자체를 부담스러워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함께 커온 세대라 인간관계를 위험 요인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대인관계에 갈등이 생기는 순간 SNS에 공유해온 일상이 언제든 공격의 빌미로 되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상의 흔적도 영구적으로 남는다. 그는 "친구 관계에는 언제든 내가 박제돼 조리돌림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깔려 있다"며 "게시물을 올리기보다 업로드 후 24시간 내 사라지는 스토리 기능을 즐겨 쓰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 Z세대 위한 심리지원 체계 갖춰야
이런 Z세대의 특징이 기업 조직에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먼저 박 교수는 "신입사원이 회식과 잡담, 사내 관계 맺기를 피한다고 해서 곧장 개인주의나 조직문화 거부라고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에게 조직은 아직 신뢰할 만한 보상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고 관계는 자산보다 비용으로 먼저 인식될 수 있기에 시간을 두고 천천히 마음의 빗장을 풀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대할 때 필요한 것은 소통 스킬 이전에 개개인을 향한 진정한 관심"이라며 "한 달에 한 번은 점심 회식을 하는 등 세대 간 화해할 수 있는 접점을 늘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직이 해야 할 또 다른 일은 보호 장치를 구축하는 것이다. 감정노동자나 소방관의 직무 스트레스를 연구해온 박 교수는 직원의 스트레스에 조직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고객에게 폭언을 듣거나 갑질을 당한 직원에게 '그런 것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느냐'고 몰아붙이는 조직과 '너무 고생했고 내일은 쉬어도 된다'고 보호하는 조직의 인적 역량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문제가 아니다. 직무 스트레스를 개인에게만 떠넘기는 조직은 Z세대에게 '이곳에서는 노력해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감각을 남기고 결국 구성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끝으로 박 교수는 마음을 '수습'한다는 것은 어수선해진 심리 상태를 함께 정리해가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더 강한 멘탈을 요구하는 조직이 아니라 마음이 무너졌을 때 다시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받쳐주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태일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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