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아이들은 다른 아이에 비해 예민하고, 사소한 자극에도 갑작스럽게 분노와 공포를 터뜨리며 통제력을 잃는 모습을 보일까.
발달심리학자인 저자는 캐나다고등연구소(CIFAR)에서 수십만 명의 일생을 추적·관찰한 끝에 임신 때부터 생후 1년까지 이런 기질이 형성된다는 결론을 내놨다. 태아기나 영아기에 심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조절과 관련된 유전자에 ‘메틸화’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캐나다 퀘벡에서 1998년 일어난 폭설 사태 당시 고립됐던 사람 중 임신 중이었던 여성들의 자녀를 수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들의 유전자에서 뚜렷한 스트레스 메틸화 흔적을 발견했다.
이처럼 생애 초기에 불안 스위치가 켜진 아이는 또래 관계와 학교생활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성인이 된 뒤에도 불안과 우울·중독·번아웃에 더욱 취약해진다. 심지어 중년이 된 이후에도 심장 질환이나 면역계 이상, 조기 사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책은 사회적 불평등을 지목한다. 극심한 사회적 격차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와 경쟁, 추락에 대한 불안을 경험하면서 만성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소득 불평등이 심한 미국의 평균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평등한 스웨덴보다 35%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소득 불평등, 주거 불안, 의료 접근성 부족, 불안정한 고용 등이 부모 세대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이고 그 스트레스가 다시 아이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물론 영아기에 메틸화가 일어났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삶이 완전히 결정되지는 않는다. 생후 1년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더라도 후에 상담 치료나 적절한 교육을 통해 이를 일부 회복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근본적으로 불안 유전자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임신과 출산 시기의 과도한 노동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제도,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육아휴직,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할 사회적 안전망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책은 강조한다.
“이제는 우리 선택이 미래를 이끌어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못된 선택은 우리의 생물학적 기반에 새겨질 수 있지만, 좋은 선택은 새로운 전망을 활짝 열어줄 수 있다.” 원제는 ‘Born Anxious’.
대니얼 키팅 지음, 정지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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