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주말드라마 '닥터신'이 파격과 반전, 막장을 넘나들며 지난 3일 막을 내렸다. '닥터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의사와 영혼을 잃어가는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이 메디컬 스릴러로 임성한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정이찬은 '임성한의 신데렐라'로 캐스팅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2023년 KBS 2TV '오아시스'로 데뷔해 이듬해 KBS 2TV '환상연가'에 출연한 게 이력이 전부였던 신인 정이찬은 파격적인 설정 속에서 극을 이끌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정이찬이 연기한 신주신은 냉철한 포커페이스 뒤에 숨겨진 직진 로맨티시스트의 면모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그는 거듭되는 뇌 수술을 성공시키며 극의 반전을 주도하는 천재 의사의 광기와 집착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 특히 눈빛과 호흡만으로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짚어내는 섬세한 완급 조절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몰입시켰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정이찬은 극의 장발이 아닌 말끔하게 정돈된 헤어스타일을 보여줬다. 하지만 "캐릭터를 위해 68kg에서 80kg으로 12kg 정도 증량했고 지금은 이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해서 유지하고 있다"며 주신이 되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을 들려줬다.
"임성한 작가 세계관, 대본 보고 나서야 이해됐다"
'닥터신' 오디션에는 각 매니지먼트사의 신인들이 모두 몰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수백명이 경쟁했고 최종 오디션에도 수십명이 올라 하루 종일 연기를 하고 합을 맞춰봤다.
"정확한 숫자를 말하기는 애매한데 머리 피스를 달고 온 지원자도 있었고 의사 가운을 직접 준비해 온 분들도 있었어요. 마지막 날에는 다 같이 들어가서 저랑 두 배우가 한 번씩 서봤고 작가님이 쭉 그림을 보셨어요. 그렇게 최종 5명이 남은 거예요."
"목소리와 카리스마에 힘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결국 최종 캐스팅을 확정 지은 신주신은 이후 머리 스타일부터 말투까지 하나하나 임성한 작가가 생각한 신주신의 모습을 맞춰갔다.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임성한 작가의 기존 작품들을 정독한 것이었다.
"임성한 작가님 작품이 재밌게 보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전작 TV조선 '아씨두리안', '결혼작사, 이혼작곡'(이하 '결사곡') 등의 작품들을 다시 봤어요.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닥터신' 대본과 비교하면서 읽으니까 '아, 이전 작품에서 했던 대사가 여기서도 나오는구나' 싶더라고요. '결사곡'에서 '안 늙게 할 거야' 같은 대사, 음식 장면들, 아이스크림 장면 같은 것들이요. 이전부터 해오시던 세계관이 있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임성한 작가의 특훈 "누나라고 불러"
신인으로 주요 캐릭터 5인방을 캐스팅했다는 점에서 '닥터신'은 우려도 자아냈지만 임성한 작가가 이들의 특훈을 직접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본 촬영 전 매일 낮부터 밤까지 집중 연습이 이뤄졌다.
"어디서 자고 한 건 아닌데 다 같이 모여서 매일 대본을 읽고 카메라 세워놓고 집중적으로 찍어보고. 초반에는 하루에 10시간씩 연습하기도 했어요. 근데 신기하게도 너무 재밌게 했어요. 초반에 충분히 연습을 하고 나니까 현장에서 '잘했다' 싶은 장면도 편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거든요. 작가님이 오셔서 캐릭터 얘기도 직접 해주시고요."
작가가 직접 주문한 것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뜻밖에도 호칭이었다.
"현장에서 감독님도 '주신아, 준비되면 '형' 준비됐어라고 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께서 자신을 포함한 여성 스태프들한테 '누나'라고 부르게 하셨어요. 처음엔 '진짜 해야 하나' 싶었는데 작가님이 장난을 치시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 내 캐릭터를 위해 그렇게 하길 바라시는구나 체득이 되길 바라시는구나 싶었죠. 그때부터 쭉 했어요. 시작은 어려웠지만 확실히 효과가 있었어요."
그런 임성한 작가가 촬영 막바지에 번호를 바꾸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임성한 작가는 작품을 하면서 전화번호를 바꾸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세트 촬영 끝나고 나면 궁금한 게 생겨 연락 드리면 잘 대답해주셨거든요. 근데 촬영 막바지에 연락했는데 갑자기 답장이 없더라고요. 저희끼리 '답이 없었다' 말은 안 했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번호를 바꾸셨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원래 그렇게 하신다고 해서 개의치 말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그러면서 '닥터신'을 하면서 임성한 작가에 대한 고마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임성한 작가는 '막장의 어머니'라 불릴 만큼 파격적인 전개와 자신만의 대본 색깔이 뚜렷한 인물이지만 작품 이외의 것들은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캐스팅 첫날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확실히 느껴졌어요. 그런데 계속 소통하고 연습하면서 정이 정말 많으신 분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확실히 칭찬해주시고 방향성이 안 좋으면 확실하게 말씀해주시고요. 연습할 때 아이스크림, 빵도 사오시고 촬영 시작 전엔 한우 갈비도 사주셨어요. 디저트류를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신주신을 이해하기까지
'닥터신'의 신주신은 쉬운 캐릭터가 아니었다. 모모(백서라 분)에게 반해 프러포즈를 하지만 이후 뇌 수술을 감행하고 이후 모모의 육체가 아닌 뇌를 차지한 사람들의 행동에 마음이 식고 금바라(주세빈 분)에게 마음을 다한다는 설정이다. 정이찬은 인물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세밀하게 짚어내는 섬세한 완급 조절로 극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는다.
정이찬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높이기 위해 장발 헤어스타일을 시도한 것은 물론 말투와 톤의 높낮이까지 디테일하게 설정했다. 여기에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12kg을 늘리기 위해 "밥 사이에 밥을 더 먹고 베이글과 같은 탄수화물을 수시로 섭취했다"며 "원래도 앉은 자리에서 햄버거 5개, 공기 밥 4개 정도를 모두 먹는 대식가인데 입이 쉬지 않을 정도로 계속 먹었다"고 전했다.
그에게 "주신이 진짜 사랑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자 그는 망설임 없이 "바라"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모모의 연기를 보고 빠진 거고 바라에게는 처음엔 모모 얼굴에 바라 목소리 이런 식으로 대입하다가 시간이 갈수록 있는 그대로를 좋아하게 되는 거잖아요. 진짜로 사랑한 건 바라가 아닐까 싶어요."
"눈으로 말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닥터신'의 신주신으로 1년을 살아온 후 정이찬은 '눈으로 말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00년생으로 한림예고 연기과, 중앙대 연극영화과까지 배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정이찬은 190cm의 큰 키로 동갑내기 배우 문상민, 이채민 등과 함께 '문짝남 3인방'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문상민과는 한림예고 동기로 "입시를 준비할 때 함께 대학로에서 연극을 보러 다녔다"며 친분을 전하기도 했다.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닥터신'을 통해 눈으로 연기하는 장면을 많이 소화했던 만큼 "앞으로도 그런 배우로 찾아뵙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러면서 "30대 천재 의사 역할을 해봤으니 20대 청춘물이나 땀 흘리며 운동하는 모습도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주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끝나고 나니 전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게 어쩌면 최선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이 마음, 이 자세를 잊지 말아야겠다 싶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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