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제각각인데 시급은 똑같다?"…여전한 상식과 법의 간극 [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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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입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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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령이나 제도, 판결 등을 살펴보면 일반인의 상식과는 다소 동떨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 판결 관련 뉴스 기사나 동영상에 달린 인터넷 댓글을 보면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을 대폭 줄여야 한다’, ‘판사를 모두 AI로 대체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댓글은 법리적 논리나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비판일 수 있지만, 변호사인 필자조차도 공감되는 답답한 실제 상황들이 종종 있다. 노동 관련 제도나 현실도 상식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다 똑같은 시급인데, 왜 나만 땀범벅이죠?”

예컨대 택배사나 인터넷 쇼핑몰 물류센터에서는 상하차 등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에 남성만 배치하고, 바코드 스캔 등 비교적 수월한 업무에는 여성만 배치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는 성별에 따른 업무 배치가 아니라, 노동 강도가 명확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시간당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남성 인력의 지원은 점점 줄고, 결국 여성 인력만 남아 상하차 업무까지 맡게 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육체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에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한다. 이는 남녀 차별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여성 근로자 사이에서도 노동 강도가 높은 업무에는 더 많은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 기업이 최저임금으로만 인력을 운용하려 했기 때문인지, 또는 남녀 차별로 오인될 위험을 회피하려 했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노동 강도에 따른 합리적 차등 보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경찰, 군인, 소방관 등 신체 능력이 중요한 직업에서는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체력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직군에서는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본적 신체 능력을 갖추는 것이 당연하고, 이는 성별과 무관하다. 범죄자나 피해자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국민의 안전이 여성의 고용 다음 순위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장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원의 선발 기준으로 남녀에게 동일한 신체 능력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해 이를 남녀차별이라 볼 수 없다. 신체 능력보다 다른 자질이 더 중요한 직무라면 별도의 기준으로 선발하는 유연성을 발휘하면 된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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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정의, 이제 '상식'을 반영한다

한편, 최근 대법원 판결(2024년 12월 19일 선고 2020다247190 등)에서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 중 ‘지급일 재직 조건’을 폐기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과거 대법원은 지급일 재직 조건이나 만근 요건이 있는 정기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2023년 12월 18일 선고 2021다89399 등). 이는 해당 조건을 근로자가 충족할지 불확실하다는 논리에 기반한 판단이었다.

그러나 연장근로수당 등 법정수당 산정의 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은 정상적으로 계속 근무하는 평균적 근로자를 기준으로 산정되어야 타당하다. 근로기준법은 시간외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과거 판결대로라면 시간외근로수당이 소정근로수당의 1.5배에 미치지 못하거나 소정근로수당보다 낮은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었다. 최근 판결을 통해 향후 시간외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법은 상식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쪽 입장만 고려하면 부당해 보일 수 있는 결론도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상식과 가까운 법률적 판단이 되어야 한다. 여러 요소를 종합해도 여전히 상식과 어긋나는 결론이 나온다면, 그것은 법리를 잘못 적용했거나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제도와 판결이 줄어들고, 사회가 점점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일은 제각각인데 시급은 똑같다?"…여전한 상식과 법의 간극[율촌의 노동법 라운지]

김완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제46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38기) 합격 후 15여년간 노동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10년간 법무법인(유) 광장 노동팀에서 근무 후 법무법인(유) 율촌 노동팀에 지난 2019년 합류하였다. 징계/해고/임금/불법파견/근로자성 등에 관한 전통적인 노동 송무 및 자문 업무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요 M&A Deal의 HR 부문에도 다수 관여하였고, 외국기업의 자문·송무도 주요 업무로서 수행하여 왔다. 또한 성희롱/괴롭힘 사건, 노조 및 쟁의행위 대응 업무, 프로젝트 업무(유연근무제 도입, 불법파견 점검, PMI 등), HR 측면의 개인정보 이슈 등에도 많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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