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덮친 ‘워플레이션’…세탁비·포장재·음료컵 줄줄이 올랐다

3 hours ago 3

중동전쟁탓 석유화학 제품 가격 급등
솔벤트값 올라 블라우스 세탁 8000원
배달 업주들 “포장재값 40% 이상 올라”
주사기 등 의료용품도 비상…구매 제한

뉴시스
직장인 이모 씨(43)는 최근 단골 세탁소로부터 요금 인상 안내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세탁소 측은 세탁용 기름(솔벤트) 1통(18L) 가격이 지난달 3만 원 초반에서 이란 전쟁 이후 4만 원 후반까지 치솟은 데다, 세탁물을 포장할 비닐봉지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 씨는 “여성용 블라우스 한 벌 세탁 비용도 기존 5000원에서 8000원으로 오른다더라”면서 “전쟁 여파가 세탁소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 전반의 물가가 오르는 ‘워플레이션(Warflation·전쟁+인플레이션)’이 일상생활 전반으로 침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 물가 상승이 장기화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기에 나타났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일상 덮친 ‘워플레이션’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7.0으로 1월(112.1)보다 5.1포인트 하락해 지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6.03.25. [서울=뉴시스]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란 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우려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7.0으로 1월(112.1)보다 5.1포인트 하락해 지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1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6.03.25. [서울=뉴시스]
30일 산업통상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현물 가격(MOPJ·일본 도착 기준)은 이달 26일 기준 t당 1134달러로 전월 대비 78.58% 상승했다. 이달 평균 가격은 986.89달러로 전월(608.60달러) 대비 약 62.2% 올랐다. 나프타 가격 급등에 ‘생활 물가’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나프타를 원료로 하는 플라스틱, 비닐, 합성섬유, 세제 등 모든 제품이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황진주 인하대 소비자학과 겸임교수는 “나프타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체감되지는 않지만,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시차를 두고 생활 물가 전반으로 확산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4월 이사철을 맞아 인테리어 공사를 계획하던 소비자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새시부터 단열재인 아이소핑크, 우레탄폼 등 대다수 소재에 석유화학 제품이 쓰이면서 인테리어 비용이 치솟았다. 5월 중 인테리어를 계획하던 김모 씨(44)는 “업체로부터 바닥재와 단열재, 가구 필름지, 도배지, 방충망부터 화장실 바닥 줄눈이나 접착용 실리콘까지 모두 10~30% 가격이 오른다고 연락을 받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요가 몰린 현수막 제작 업체도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현수막 제작에 쓰이는 폴리염화비닐(PVC) 원단 가격이 오르면서다. 인천 부평구에서 현수막을 만드는 한 제조업체는 “원단 가격이 10% 정도 올랐는데 체감은 20% 정도 오른 것 같다”고 했다. 플라스틱을 주 원료로 쓰는 완구 제조사들도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일본 완구업체 미야한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 가격을 다음 달 1일부터 올린다고 공지했다.

● 버티는 곳도 한계…전방위적 인상 우려

뉴스1
자영업자가 많은 커피전문점도 가격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한 무인 카페 점주는 “일회용컵과 뚜껑 공급사가 4월에만 두 번 가격을 올린다고 공문을 보냈다”며 “어쩔 수 없이 4월부터 아메리카노를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 사장도 “플라스틱 컵 가격이 오르고, 그나마도 공급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 종이로 된 컵으로 바꿔야 하나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가격 부담도 있지만 원자재 공급 차질로 물량 확보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문제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중구에서 비닐 등의 부자재를 판매하는 한 온라인 쇼핑몰 업체는 “제조사에서 이미 비닐 등 주력 제품 단가를 10% 올려서 우리도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며 “몇몇 비닐은 재고도 없어 추가 발주도 막힌 상태”라고 말했다.

향후 가격 인상이 더 확산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일회용 주사기 등을 판매하는 한 온라인 의료 소모품 플랫폼은 “중동 사태로 인한 수급 부족으로 구매 수량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서울의 한 약사는 “의료용품 공급 부족이 가시화되면 가격은 당연히 오를 것”이라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포장재 가격이 40% 이상 급등했다”며 “배달 비중이 높은 외식업과 소매업 소상공인들이 진퇴양난의 경영 위기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서 시작된 워플레이션은 결국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만큼 정부의 물가 안정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다음 달부터 체감 물가가 뛸 우려가 있는 만큼 대체재를 찾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연 기자 damong@donga.com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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