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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김포공항 은행 환전소의 환율 현황판. 공항 환전소에서는 원·엔 환율이 이미 1000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엔데믹 이후 고공 행진을 이어가던 일본여행 수요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계속된 원·엔 환율 상승 기조에 일본 내 물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이전보다 현지 여행경비 부담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일부 여행사에선 항공 좌석이 없어 더 팔지 못했던 일본 패키지여행 상품의 신규 예약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등 이전과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여행 업계에선 연일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을 넘어설 경우 감소세가 더 확연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가깝고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이 가능했던 일본이 비용 적잖이 부담스러운 여행지로 바뀌면서 또 따른 근거리 여행지인 중국 수요가 늘어나는 양상도 나타났다.
환율 급등에 일본 패키지 여행 예약 ‘반토막’일본 교토의 기온 거리의 인적이 (사진=일본정부관광국)
30대 직장인 박 모 씨는 “1년 전 87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980원대까지 오르면서 호텔은 물론 현지 여행 경비 부담이 훨씬 커졌다”며 “4인 가족여행을 위해 300만원을 환전했는데 1년 전에 비해 30만원 가량이 줄어 큰 손해를 본 것처럼 찜찜한 기분”이라고 했다.
원·엔 환율 상승으로 ‘가깝고 저렴한 여행지’라는 일본 여행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이전보다 비용 부담이 늘면서 ‘언제든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던 곳’에서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할 곳’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최근 SNS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는 환율 상승으로 이전보다 늘어난 여행 경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해 7만 원대에 이용했던 후쿠오카 시내 호텔 가격이 지금은 20만 원대로 올랐다”며 “저가형 숙박시설인 캡슐 호텔조차 1박에 최소 8만 원 이상은 생각해야 할 정도”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환율이 900원대 후반까지 치솟은 데다 현지 물가마저 비싸져서 예전처럼 일본 여행이 저렴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전보다 늘어난 여행 경비 부담은 실제로 일본 여행상품 예약 감소로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여행사 A사의 일본 패키지여행 상품 신규 예약 건수는 이달 들어서 전월 동기간 대비 51.7% 급감했다. 두 달 전인 1월에 비해서도 16.9% 예약 건수가 감소했다. 또 다른 여행사 B사 역시 3월 들어 일본 패키지여행 예약률이 한 달 전에 비해 46.4%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3월이 일본 여행 비수기인 점을 감안해도 낙폭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일본 여행 인기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다만 원·엔 환율이 계속 올라 심리적 저항선인 1000원을 넘을 경우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일본 물가 상승도 문제…“이제는 가격 따져봐야”지난 1월 초 서울 명동의 한 환전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환율과 물가 상승으로 일본 여행의 패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쇼핑과 미식 여행 수요가 높았지만, 앞으로는 비용 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가성비 여행’이 대세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여행 업계는 보고 있다.
허율 노랑풍선 홍보팀장은 “환율로 비용 부담이 늘어나면 가성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숙박비 부담이 늘면서 고급 호텔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수요가 늘어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지방 소도시 여행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동일 교원투어 매니저는 “아직 일본을 대체할 만한 확실한 여행지가 없는 만큼 저비용 항공사가 운항하는 일본 내 지방 소도시로 수요가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을 대체할 근거리 여행지로 중국에 대한 관심, 수요도 올라가는 모습이다. 일본 여행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재방문을 선택하는 대신 새로운 여행지로 눈을 돌리는 이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소희 하나투어 홍보수석은 “무비자 입국 조치에 이어 곧 성수기인 중국 여행이 환율과 물가 상승으로 주춤거리는 일본 여행 수요의 빈틈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외에 칭다오, 시안 등으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