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신공항 후보지로 화성·평택·오산 발표했지만
화성시민대책위 “화성 제외하는 날까지 싸울 것”
인천공항 포함 전국 15개 공항 중 10곳 적자 신세
전문가 “다른 인프라 투자로 지역 발전 도모해야”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로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을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주민 삶의 질과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 공항 산업을 무시한 채 경기도가 김동연 지사의 대권 행보를 위해 무리하게 공약을 밀어부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수원전투비행장 화성 이전 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수원군공항 이전도, 경기국제공항 건설도 다 싫다는데 왜 공항 후보지로 화성시를 거론하느냐”면서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에서 화옹지구를 제외하는 그날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했다.
지난 8일 경기도가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3곳을 선정한지 나흘 만에 나온 첫 장외 투쟁성 반발이다.
이상환 범대위 상임위원장은 “그동안 화성시는 54년간 매향리 사격장으로 인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원비행장 주변 지역의 주민이 소음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여기에 환경지사를 자임하는 김동연 지사가 민간 공항 소음을 추가로 얹어 피해를 강요하고 있다. 대권을 위해 화성을 희생양으로 삼는 행위를 멈추라”고 했다.
경기국제공항 사업은 원래 수원시 현안 사업이었다. 수원시는 수원군공항 이전과 연계해 경기 남부권 민·군 통합 공항을 만들려다 화성이 반발하자 동력을 잃었다. 그러다 김 지사가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수원군공항 이전과 분리해 ‘경기국제공항’을 만들겠다는 새로운 공약을 제시하며 재점화됐다. 수원시장 시절 경기남부국제공항 건설을 주도해온 염태영 전 시장(현 국회의원)을 경기도 경제부지사로 영입하면서 경기국제공항 사업은 수원시 현안에서 경기도 현안으로 덩치가 커졌다.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이 만들어지면 “잠재 여객 수요, 첨단산업 항공화물 증가로 경쟁력이 충분해 수도권 기존 공항(인천공항·김포공항) 한계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배후지에 첨단산업 중심의 공항경제권을 구축해 특화발전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허들이 적지 않다. 공항 건설은 중앙정부 권한으로 지자체는 단순 의견 개진 위치에 있다. 경기도는 내년에 3개 후보지를 관할하는 기초단체로부터 유치 신청을 받아 최종 후보지 한 곳을 선정한 뒤 국토교통부 제7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6~2030년)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항 후보지역의 절대적 지지가 필수인데 분위기가 녹록치 않다.
화성은 반대 여론이 크다. 경기도는 수원군공항 이전과 무관한 순수 민간공항 건설이라고 하지만 화성 주민은 국방부가 2017년 화성시 화옹지구를 수원군공항 예비 이전 후보지로 발표해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수원군공항 이전의 사전 포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평택·이천시는 주민 의견 청취 등 입장 정리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오산군공항(평택)과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이천)의 헬기 소음에 이미 노출된 터라 호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 상위 계획에 반영되더라도 사전·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업성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인천공항 포함 전국 15개 공항 중 10개 공항이 이미 적자인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 새만금신공항 등 9개 공항이 신설될 예정이다. 이 중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아 사업성 검증을 건너뛴 공항도 적지 않아 벌써 ‘혈세 먹는 하마’ ‘유령 공항’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 반감이 큰 상황에서 추가 공항 건설은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실제 정치권이 주도해 만든 지방공항 상당수는 ‘하얀코끼리(수익성 없고 쓸모없는 투자를 일컫는 용어)’ 신세다. 2007년 문을 연 전남 무안공항은 매년 220억 원 이상의 운영비가 들어가지만 지난해 매출은 49억원에 불과했다. 통일 대비 거점공항으로 육성하겠다며 강원도와 영동권 정치인이 밀어붙인 양양공항(2002년 개항)도 국제선이 멈추면서 지난해 180억원의 적자를 냈다.
2500만명을 배후 인구로 둔 수도권에 올해 연말 4단계 확장을 마무리하는 인천공항과 국제선 처리 능력이 많이 남은 김포공항이 있는데 추가 공항 건설이 맞느냐는 비판도 있다. 북한이 가까워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수도권 공역을 3개 공항이 나누어 쓰기가 쉽지 않고. 이미 청주공항이 경기 남부지역 항공 수요를 처리하는 상황에서 ‘옥상옥’ 비판도 나온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하는 항공사들이 인천·김포공항 대신 경기국제공항을 모기지로 이용할 것인 지에 대한 회의론도 크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교수는 “이미 국내에 많은 공항이 있고 추가 건설이 확정된 공항도 많지만 너무 정치적으로 결정돼 활성화되지 않거나 우려되는 공항이 적지 않다”면서 “지금은 추가 신설이 아니라 현재의 공항 인프라를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이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역 입장에서 공항을 발전 모멘텀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건설 후 대책없이 막연히 잘 될거란 식은 곤란하다”면서 “다른 인프라 투자를 통해서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