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취약자 느는데 신탁은 정체…제도 미비가 이용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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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사회 진입 등 영향에 인지취약자 급증
장애인 특별 부양 신탁 자산 활용 '제한적'
치매 고령자 대상 후견 신탁은 시간·비용 문제

  • 등록 2025-12-27 오전 9:00:00

    수정 2025-12-27 오전 9:00:00

[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성년후견 보완 수단인 신탁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제도적 미비와 제한적인 활용 범위, 각종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신적 장애인과 치매 고령자 등 인지취약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활성화가 필요하지만, 각종 제도 미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 고령화로 성년후견 보완 수단인 신탁 활성화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각종 제도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27일 보험연구원의 ‘국내 인지취약자 지원 신탁의 현황과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신적 장애인(지적·오티즘·정신장애) 수는 약 38만명으로 전체 장애인 가운데 14.2%를 차지했다. 2013년 11.7% 대비 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인구는 지난해 약 395만명에서 2050년 약 795만명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하지만 인지취약자를 위한 제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장애인 특별 부양 신탁’은 경우 1989년 세제 유인을 통해 근로 능력에 제약이 있는 장애인 등의 생애 부양 재원 확보를 위한 취지로 도입됐지만, 신탁 자산 활용은 의료·간병·특수교육비(중증장애인 대상)와 생활비 목적으로 국한돼 있다.

아울러 장애인 특별 부양 신탁 지급 대상은 수탁자산의 운용수익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제도 도입 후 현저히 낮아진 금리로 실제 수령액도 제한적이다. 예를 들어 최대 면세액 5억원, 연 1.5% 금리로 가정 시 월 수령액은 62만 5000원에 그친다. 신탁 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경우 증여세가 즉시 부과되는 문제도 존재한다.

치매 고령자가 주요 대상인 ‘후견 신탁’은 소요 시간과 복잡한 절차, 각종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법정후견인이 선임된 경우만 설정이 가능한 데 평균 5.5개월 이상 소요되며, 후견인 심사 과정부터 설정 이후 주요 의사결정 단계마다 법원의 판단이 요구된다. 이때 각종 수수료로 발생하고 있다.

민간 금융기관이 제공 중인 인지 취약자 지원 신탁은 소수 고자산층 취약자 가구에 집중되는 등 대다수 인지취약자의 자산 보호와 관리 차원에서 공백이 존재한다. 이해관계자 간 법률 분쟁 가능성, 법원 판단 등 신탁 관리 부담 등 저수익, 고비용 사업에 해당해 적극적으로 권유할 유인이 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탁 활성화를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 특별 증여 신탁은 구체적 금액·주기 등에 대한 제약 없이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자산 가치 변동에 대한 세제상 불이익이 없다. 이를 위핸 상속세 등 각정 법적 근거도 마련한 상태다.

더불어 영미법제 국가들은 후견 업무를 신상 후견(Guardianship)과 재무 후견(Conservator, Deputy)으로 구분해 전문화했으며, 후견 관련 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법원이 존재한다. 의사능력제한자에 대한 법원의 전문성 축적과 효율적 감독에 유리한 구조를 갖춘 것이다.

이은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지취약자 지원 신탁을 취급 중인 금융기관이 수익구조를 개선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내 관리형 신탁의 운용 규제를 완화하고 수수료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 사례를 참고로 금융기관의 성과 평가 시 취약자 복지에 대한 기여도 기준을 강화한 금융 감독지침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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