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사로 보는 '공기'
방역당국·의학 연구에서도
공기 매개 전염병은 후순위
냉전땐 생물무기 연구에 예속
"공기 속 세균이 질병 일으켜"
파스퇴르 주장마저 찬밥 취급
결핵·코로나도 뒤늦게 인정
공기는 공공재인가. 이 질문을 긍정한다면 깨끗한 공기를 유지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말할 것이다. 미세먼지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고, 공기 감염 가능성이 있는 전염병이 창궐하면, 이에 따른 시민들의 분노와 요구는 정부를 향한다. 반면 별문제가 없다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공기이기도 하다. 유사시에만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공기 안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
미국 예일대 분자생물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교수인 저자 칼 짐머는 공기 속 세균·미생물의 존재를 입증한 화학자 루이 파스퇴르의 실험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지구촌을 강타했던 코로나19에 이르는 방대한 공기 매개 전염병의 역사를 통해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공기'에 생물학의 관점을 입힌다.
저자에 따르면 '백조목 플라스크 실험'으로 공기 중 세균과 미생물을 찾아낸 파스퇴르는 공기 중 떠다니는 세균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1864년에 주장했다.
당시에는 혁명적인 발상이었다. 썩어가는 유기물에서 배출된 오염된 공기가 감염병을 퍼트린다는 이론이 다수설이었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로베르트 코흐가 콜레라균을 질병의 원인으로 입증한 사실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세균과 미생물이 낳는 역병은 접촉과 물, 비말 등 다른 매개 원인에서 찾았으며, 공기 전염만큼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기 속에 무엇이 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쉽지 않은 데다 감염과의 인과 관계를 임상에서 확인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후대 연구에서 결핵이 공기 중 결핵균을 통해 감염된다는 것이 입증된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글로벌 방역당국인 세계보건기구(WHO)도 지구촌을 휩쓴 코로나19 공기 전염 가능성을 감염병이 발생한 지 1년9개월 만에 인정했다. 책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입자의 위험성은 방역당국과 의료 관련 연구에서 항상 후순위로 다뤄졌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연구에서 찬밥 취급을 받은 이유는 더 있다. 미국과 소련 등 강대국들은 떠다니는 입자의 위험성에서 '무기'를 상상했다. 두 번의 세계대전, 냉전을 거치며 치열하게 전개된 생물학 무기 개발 경쟁은 가뜩이나 외면받던 공중 생물학의 연구 분야를 군사적 목적에 예속시켰다. 공기를 통해 무방비로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병원균 하나만 흡입해도 심장·폐에 문제를 일으키는 'Q열'과 같이 생소한 질병까지 대응하고 연구해야 했다. "우리가 자초한 생물학전이라는 공포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Q열처럼 잘 알려지지도 않은 질병에 쓰인 수십억 달러는 결핵, 말라리아, HIV 등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질병과 싸우는 데 쓰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책은 공기를 위험한 공간으로만 보지 않는다. 실내외 공기 중에 존재하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포자, 꽃가루 등 미생물과 입자들의 총합이자 생태계인 '에어로바이옴'의 관점에서 공기를 바라본다. 공중 생물학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해 미생물을 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나은 '공기'를 상상하는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에어로바이옴을 비처럼 쏟아지는 생물학적 무기라고 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공기 중의 정원으로 대할 수 있다. 어쩌면 우리 폐로 들어오는 수많은 미생물종을 의식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원제는 'AIR-BORN'.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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