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즘에 금융시장 경고등
무상급식 등 퍼주기정책 일관
재정적자 1년만에 2배로 늘어
투자비중 줄인 글로벌 은행들
순익 4배까지 본국으로 보내
화폐 가치 외환위기보다 낮아
증시 수익률도 전세계서 최악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 인도네시아가 정부의 '무리한 돈 풀기'로 재정이 악화되자 국제 금융 시장에서 경고등이 켜지면서 자본 이탈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는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추락했고, 인도네시아 증시는 올 들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급기야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들은 자금을 본사로 대거 송금하며 리스크 축소 작업에 착수했다.
2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 스탠다드차타드, HSBC 등 글로벌 은행들의 인도네시아 법인은 지난 2년간 총 11조5000억 루피아(약 9936억원)를 본사에 송금했다. 이는 같은 기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웃도는 규모로, 현지에 유보하던 이익까지 회수한 셈이다.
글로벌 은행들의 이 같은 자금 회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2024년 취임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면서 재정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전인 2014~2023년 스탠다드차타드 인도네시아 법인은 평균 순이익의 48%를 본사로 송금했지만 2024년엔 순이익의 약 4배에 달하는 1조1000억 루피아 이상을 송금했다.
금융권에서는 프라보워 정부의 정책이 외국인 투자자 신뢰를 약화시킨다고 판단하고 인도네시아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프라보워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동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등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정부 재정 적자는 240조1000억 루피아를 기록해 전년 동기(99조8000억 루피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은 0.41%에서 0.93%로 커졌다.
인도네시아에는 법적으로 국가 재정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유지해야 하는 '3% 룰'이 존재하는데, 프라보워 대통령의 돈 풀기 방식이 지속되면 이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원 조달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아동 무상급식 등 정책 사업의 핵심 조달 기구인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a)가 10개 은행에 각각 최대 10억달러 규모로 대출 참여를 요구했는데, 사실상 강제적인 각출이라는 비판이 불거졌다. 특히 정부가 최근 다난타라 채권 매입에 대해 법률·세무 심사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유입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도 프라보워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무상 급식 프로그램과 마을 협동조합 지원을 은행 사업계획에 반영하는 방안을 비공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외국 자본의 우려가 커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다난타라는 지난해 국내 재벌들을 대상으로 금리 연 2%에 불과한 '애국채'를 발행해 50조 루피아를 조달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정책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루피아화 가치는 급락하며 1998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떨어졌다. 해리 수 PT 사무엘 세쿠리타스 인도네시아 리서치 담당 이사는 "루피아 가치 하락과 추가 약세 전망으로 외국계 은행들이 이익을 인도네시아에 유보할 유인이 줄어들고 있다"며 "단기간 내 이런 흐름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자카르타 증시도 올해 들어 32% 폭락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시가총액은 약 3700억달러 증발했고, 지난 5월에는 시총 기준 동남아 최대 주식시장 자리를 싱가포르에 내줬다.
신용평가사들도 경고에 나섰다. 무디스와 피치는 올해 초 인도네시아의 정책 신뢰도 약화를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네시아 MSCI 지수가 신흥국에서 프런티어 시장으로 강등될 경우 최대 130억달러의 자금이 추가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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