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을 향해] 레오스페이스㈜
광학 탑재체-광통신 단말 개발
2029년까지 우주서 실증 목표
위성 제조에서 우주 데이터 산업으로 판이 바뀌면서 위성이 ‘무엇을 보는가’와 ‘그 데이터를 어떻게 잇는가’를 책임지는 핵심 기술이 새로운 기회로 떠올랐다. 레오스페이스㈜는 바로 이 두 갈래를 동시에 파고드는 국내 우주 광학 스타트업이다.
수입 대체 아닌 ‘기술 주권’… 우주 광학 국산화
레오스페이스는 초소형·소형 위성에 들어가는 광학 탑재체와 우주용 레이저 광통신 단말을 함께 개발한다. 위성 카메라가 지구를 보는 ‘눈’이라면 레이저 광통신은 그 데이터를 빠르고 안전하게 잇는 ‘신경망’이다. 회사의 강점은 단일 부품이 아니라 광학 시스템을 설계·제작하고 정밀 정렬해 가혹한 우주 환경(수송 진동, 극저온, 우주방사선)에서 검증하는 엔드투엔드 통합 역량에 있다.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레이저 광통신을 기존 RF(무선 주파수) 통신보다 10∼100배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차세대 우주통신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의 경쟁력은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의 해상도, 다분광 성능, 관측 폭을 구현하는 정밀 광학 탑재체 기술과 고용량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광통신 단말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데 있다. 이형권 레오스페이스 대표가 두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국산화는 단순한 수입 대체가 아니라 기술 주권이자 임무 주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눈과 신경망을 해외에 의존하면 위성을 가져도 핵심 임무가 수출 통제와 국제 정세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레오스페이스는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과 협력해 왔고 지금은 진주시 초소형 위성 ‘진주샛 2호기’의 광학 탑재체 개발을 이끌며 궤도 환경에서의 실증 경험을 쌓고 있다.
글로벌 위성통신 시장 확대와 국내 우주산업의 성장 기회 시장은 빠르게 커진다. 세계경제포럼(WEF)과 맥킨지는 글로벌 우주 경제가 2023년 6300억 달러(약 949조 원)에서 2035년 1조8000억 달러(약 2711조 원)로 불어날 것으로 본다. 위성 탑재체 시장만 해도 2025년 63억 달러(약 9조4915억 원)에서 2030년 117억 달러(17조6272억 원)로 뛰고 지구관측위성 시장도 두 배 안팎 커진다.특히 광학·레이저 위성통신 시장은 매년 20.4%씩 성장할 전망이다. 스타링크처럼 위성을 무더기로 띄우는 시대엔 위성끼리 직접 잇는 통신이 필수가 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위성 통신망의 전략적 가치를 증명하면서 후발 우주국들의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도 저변이 넓어져 2024년 우주항공 참여 기관이 927곳으로 늘고 우주 분야 활동 금액은 약 4조4000억 원에 달했다. 레오스페이스는 국내 수요로 신뢰성과 실증 이력을 먼저 쌓아 글로벌 공급망에 올라탄다는 그림을 그린다.
이 대표는 “우리는 부품 회사가 아니라 데이터를 만드는 일과 보내는 일이라는 우주 데이터 경제의 두 기술 병목을 푸는 회사”라고 말했다.
2030년 매출 500억 원… ‘플라이트 헤리티지’로 100년 기업 목표
회사의 5∼10년 후 목표는 분명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우주 광학·광통신 기업으로 글로벌 공급망에 올라타는 것이다. 남해안 해수 관측, 담수 관리, 달 궤도 통신위성 등 진행 중인 사업이 계획대로 풀리면 2030년 매출 500억 원을 넘본다. 발판은 자금이다.
회사는 지난달 8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컨텍, AP위성의 전략 투자까지 누적 100억 원을 모았다. 창업 4년여 만의 성과다. 투자금은 레이저 광통신 단말의 우주 실증 단축과 탑재체 고도화에 투입된다. 인력은 23명에서 연말 30여 명으로 늘며 자체 제조시설도 연내 갖출 예정이다.
레오스페이스가 탑재체·광통신을, 컨텍이 지상국·운용을, AP위성이 위성통신을 맡는 구조는 국내에서 드문 뉴스페이스 협력 모델로 꼽힌다. 100년 기업의 관문은 ‘플라이트 헤리티지’, 즉 우주에서 동작한 이력이다. 지상 검증과 우주 모사 시험을 거쳐 2029년까지 위성 간 레이저 광통신을 우주 궤도에서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사람이 남고, 기술이 우주에 올라가고, 정부가 첫 고객이 돼야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로 간다”며 인재, 궤도 실증, 발사 정례화, 초기 시장을 정책 과제로 꼽았다.“과장보다 검증,정직한 기술이 먼저다”
[인터뷰] 이형권 레오스페이스㈜ 대표
이런 고집은 그의 이력에서 왔다. 레이저를 전공하고 반도체 업계에서 레이저 장비를 만지던 그는 우주에서 열릴 시장을 먼저 읽고 2021년 레오스페이스를 세웠다. “연구만 잘하는 회사가 아니라 우주에서 검증된 기술을 시장이 믿는 제품으로 바꾸는 회사가 되겠다”는 말에 그 방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업도 철저히 산업 논리를 따른다. 경량화·소형화·저전력에 집중해 100㎏ 이하 소형 위성에 실을 레이저 광통신 시스템을 정조준한다. 지금은 연구개발에 역량의 절반을 쏟지만 궤도 실증과 신뢰성이 쌓이면 사업화·영업 비중을 60%까지 끌어올려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린다는 구상이다. 광학과 광통신처럼 여러 기술이 얽힌 시스템에선 개인기보다 ‘한 팀, 한 임무’가 먼저라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미션은 명료하다. ‘새로운 시각으로 지구를 보고, 혁신적 기술로 인류를 잇는다.’ 재난·기후·안보 같은 문제를 더 정확히 읽고 지상과 우주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겠다는 뜻이다.
그는 우주를 “아직 낯설지만 무궁한 기회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기술에 대한 신념은 지키되 시장 변화 앞에서는 유연하게 바뀌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시선은 이미 지구 너머 우주 궤도를 향해 있었다.
조선희 기자 hee31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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