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 파슨스 ‘백룸’
사실 ‘백룸’이 이토록 큰 화제가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공포 장르가 주는 진입장벽이 있는 데다 이 영화는 명확한 세계관도 알려주지 않는다. 영화가 끝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관객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백룸’은 국내에서만 100만 관객을 넘겼고, 글로벌 신드롬까지 일으켰다. 이유는 뭘까. 그건 바로 “이게 무슨 영화야?”라고 말하게 되는 그 ‘불가해한 미로’ 같은 이야기에 있었다. 알 수 없는 ‘백룸’에 대한 갖가지 해석과 상상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면서 영화에 대한 신드롬급 관심에 불을 지핀 것이다.
‘백룸’은 망할 위기에 처한 가구점을 운영하는 클라크(추이텔 에지오포 분)가 벽 너머에서 미로 같은 기이한 공간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귀신도 없고 잔혹한 연쇄살인마도 없다. 하지만 무한히 이어지는 미로 같은 텅 빈 공간을 걸어 나가는 것부터, 그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흔적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익숙하지만 낯선 것들이 주는 두려움. 마치 클라크가 갖고 있는 어렴풋한 기억들이 공간으로 재배치된 듯한 그 느낌은 으스스한 소름을 만든다.들어가는 사람에 따라 다른 공간을 보여주는 백룸은 마치 그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다. 그리고 이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저마다 다른 해석과 상상을 하는 것과 닮았다. “어떤 장소를 찾았어요.” 클라크가 자신이 찾은 백룸을 상담받던 정신과 의사에게 말하고, 그 의사 역시 백룸으로 초대되듯, 이 영화는 ‘어떤 장소’라는 궁금한 공간을 툭 던져 놓음으로써 우리를 극장으로 이끈다. 알 것 같지만 확실히는 알 수 없는 세계, 혹은 나의 내면을 두려워하면서도 보고 싶은 욕망. 그것이 각자의 거울 같은 백룸을 마주하게 만드는 이 영화의 매력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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