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것은 단연 반도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설비 투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이고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까지 공급이 달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 원대 후반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하지만 마냥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전례 없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의 수혜를 한국 기업들만 누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에서 밀려났던 후발 업체들도 AI 붐을 타고 기사회생하며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14배 증가하며 기초 체력을 회복했다. 일본 키옥시아는 한때 도요타를 제치고 일본 시총 1위를 터치했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저가 제품을 넘어 차세대 기술 특허까지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 반도체가 선두로 치고 나가면서 경쟁국들의 질시와 견제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보조금과 관세 장벽 등을 총동원하고 있다. 특히 일본 키옥시아는 “몇 년이 걸리더라도 낸드플래시 1위 자리를 반드시 되찾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확실하게 뿌리치는 방법은 넘볼 수 없는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뿐이다.반도체 전쟁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의 박빙 승부다. 한 번만 삐끗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최근 정부와 기업들이 3대 메가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 것 역시 압도적 속도로 확실한 격차를 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실탄을 채운 경쟁자들이 반격에 나서는 지금은 성과급 잔치 등 전리품에 취할 때가 아니다. 연구개발과 인프라에 더 과감하게 투자해야 다음 빙하기가 와도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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