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유족연금 받았다"…법원이 인정한 '진짜 부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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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죽으면 내 연금은 어디로 갈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남아 있는 가족입니다. 이를 '유족연금'이라고 하는데요. 연금은 근로소득이 없어도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제도인 만큼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에도 유족연금이 마련돼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받느냐입니다. 유족연금을 받는 대표적인 당사자는 배우자인데요. 전통적인 부부 관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가 늘면서 유족연금을 둘러싼 분쟁도 많습니다. 법적인 혼인 관계인데도 유족연금을 못 받을 수 있을까요? 반대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배우자'가 최우선 순위인 유족연금

국민연금 유족연금은 누구의 유족에게 승계될까요? 2016년 11월 30일 이후 사망한 사람을 기준으로 다섯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노령연금수급권자 △장애연금수급권자(2급 이상)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사람 △가입 기간의 3분의 1 이상 보험료를 낸 사람 △사망 전 5년 중 3년 이상 보험료를 낸 사람입니다.

유족연금은 온 가족이 골고루 나눠 갖는 형태는 아닙니다. 국민연금법상 수급 순위가 정해져 있는데요. 최우선 순위는 배우자입니다. 여기에는 사실혼 배우자도 포함됩니다. 이후 자녀, 부모, 손자녀, 조부모 순입니다. 수급권자가 여러 명이면 금액을 나누거나 대표자를 통해 지급합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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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유족연금 수급자는 110만8882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성이 100만5898명(90.7%)으로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과거에는 남성 가장에게 생계를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죠.

흥미로운 점은 세대가 낮아질수록 여자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맞벌이와 이혼이 흔해지면서 여성 배우자만 유족연금을 받는 사례가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60대 이상은 여자 비중이 90%를 넘지만, 50대는 87%, 40대는 80.4%, 30대는 76.8%로 낮아집니다. 20대는 절반인 49.4%였습니다.

그래서 '진짜' 배우자 맞나요?

배우자가 유족연금을 받는 게 당연해 보이지만 현실은 조금 복잡합니다. 국민연금공단은 배우자 여부를 보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은 한정된 재원이어서 부정수급을 최대한 걸러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우자가 이미 사망한 만큼 부부 관계를 증명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있습니다.

우선 법적 부부라도 유족연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별거했고 경제적으로도 교류가 없었다면 생계를 의존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죠. 국민연금법은 이런 이유로 배우자의 가출·실종처럼 명백하게 부양 관계가 없는 경우 유족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이혼했는데 유족연금 받았다"…법원이 인정한 '진짜 부부' 조건

특히 사실혼 관계는 증명이 까다롭습니다. 동거 기간이 확인되는 주민등록 자료 등을 제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을 통해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배우자는 관할 지역 검사를 상대로 '사실혼 관계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내 승소하면 판결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사실혼 관계를 법원에서 인정받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단순히 결혼식만 올리고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정도로는 부족합니다. 법원은 주민등록지가 같고 함께 살았는지, 생활비를 주고받거나 병원비를 부담하고 간병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집니다.

불가피한 이혼으로 사실혼 관계라면

유족연금 수급권을 둘러싸고 연금 운용기관과 직접 법적 분쟁을 벌이는 사례도 있습니다. 혼인 여부 파악이 목적인 만큼 1심 법원에서 배우자인지 확인만 되면 2·3심까지 장기화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는 국민연금공단은 물론 공무원연금공단 등 직역연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연금 소송을 내 승소한 A씨 사례입니다. A씨는 배우자 B씨와 1989년 결혼해 2021년 2월 이혼했습니다. 같은 해 9월 B씨가 사망하자 A씨는 "B씨 사망 당시 사실혼 관계였다"며 유족연금을 신청했습니다. 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A씨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A씨가 사실혼을 주장한 배경은 따로 있었습니다. B씨는 이혼 당시 사업 실패로 과도한 채권 추심을 받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채권자의 독촉을 피하기 위해 위장이혼을 했다는 것입니다. 1심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B씨가 사망할 당시 A씨는 사실혼 관계였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B씨가 사망 직전까지 A씨와 같은 집에서 생활했고, 입원 당시에도 A씨가 병원을 함께 찾은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A씨가 배우자 자격으로 장례식을 치른 점도 인정했습니다. 형식상 이혼했더라도 실제 부부로서 생활한 사실이 인정된다면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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