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 국면을 앞두고 개혁신당이 내분에 휩싸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거론한 상황에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가 이 의원의 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을 경질하면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허 대표는 지난 16일 김 사무총장을 경질했다. 김 사무총장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 당 대표였을 때 당 대표 정무 실장을 맡은 인물이다. 사무총장은 대선을 치르게 된다면 '당 곳간지기'로서 운영과 관련된 모든 일을 총괄하는 자리다.
당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돌연 이뤄진 사무총장 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개혁신당 당직자 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허은아 당 대표의 지난 임기는 비전과 정책은 뒷전으로 미루고, 오로지 ‘허은아’라는 개인을 띄우는 데 당과 사무처 당직자를 동원했다"며 허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이들은 "오로지 언론 앞에 서는 데만 열중한 이미지 정치는 당의 '사당화'로 이끌었다"며 "당의 근간인 사무처 당직자는 인력 동원과 실적 압박의 대상일 뿐, 당을 바닥부터 함께 다진 동지로 대우하지 않았다. 더 이상의 선사후당의 정치가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김 사무총장의 경질을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히며 불만을 제기한 당직자들의 편에 섰다. 그는 "저는 개혁신당의 최근 당직 인선과 관련해 허은아 대표에게 어떤 의견도 개진한 바 없고 어떤 소통도 한 바가 없다"면서 "허은아 대표의 정무 실장이 무슨 이유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상황이 다급하더라도 사실을 바로잡아 당원들의 혼란이 없도록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간 당 대표와 당 사무처는 당 운영 방향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허 대표에게 사전 보고 없이 사무총장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갈등이 외부로 표출됐는데, 이들 사이에 곪아 온 문제가 표면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허 대표는 갈등 표면화 이후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이 대표의 측근들은 허 대표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혁신당 노조는 이날 입장문을 재차 발표해 "당 사무처는 당 대표 개인을 위한 조직이 아닌 당을 위한 조직이다. 이 때문에 당 대표 역시 당직자를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지금 허은아 대표의 문제점은 당 사무처를 당 대표의 권한을 넘어 사용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대표는 기사를 업무 성과로 삼아 허은아 대표 관련 1일 1건의 기사를 내지 못하면 업무를 다 하지 않는 것이라 여겨왔다"며 "허은아 대표 취임부터 7개월 동안 쌓여왔던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허은아 대표의 비전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이 의원은 허 대표를 겨냥해 "알아서 고립무원의 지위에 놓인 사람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며 "어떻게 그렇게 단시간에 당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배척당하는지 의문이다. 자기가 사고 쳐 놓고 누구한테 뒤집어 씌우냐"고 일갈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