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1호 대형 M&A'…하만, 반전 스토리 썼다

1 week ago 11

2016년 10월 2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현 회장)은 삼성전자 등기임원으로 선임됐다. 이사회 의장이던 권오현 당시 부회장은 선임 배경에 대해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업 인수합병(M&A)과 신규 사업에 나서는 등 주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11월 14일 삼성전자는 미국 전장(차량용 전자장치)업체 하만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장이 주도한 첫 번째 대형 M&A였다. 동시에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을 인수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당시 기준, 약 80억달러)였다.

이재용의 '1호 대형 M&A'…하만, 반전 스토리 썼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결합은 화려하게 시작됐지만,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하만의 실적이 부침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2016년 6800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인수 이듬해인 2017년 574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555억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2021년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자동차가 ‘움직이는 스마트폰’으로 변신했고, 그 결과 하만이 생산하는 첨단 전자부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3년 하만의 영업이익은 1조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5311억원으로 뛰었다. 매출은 지난해 15조7833억원을 기록했다. 인수 직후인 2017년(7조1034억원)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하만이 삼성전자에 인수되면서 기술력이 향상됐고, 두 회사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만이 가전·모바일 등 완제품부터 반도체·이동통신·디스플레이·전자소자 등 첨단 부품, 5세대(5G) 통신 기술까지 삼성전자의 제조 노하우를 받아들여 성장을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력인 무대 음향 등 전문 오디오,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도 세계 1위 자리를 지키면서 전장과 오디오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했다.

재계에선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 총수의 결단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만 인수를 발표할 즈음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시리즈 단종을 결정하는 등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경영인이 초대형 M&A를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당시 이 회장은 수시로 고위 임원들에게 “스마트폰 이후 3~5년 뒤 미래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당장의 실적보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더 공을 들인 결과 하만 인수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15억유로(약 2조6000억원)를 들여 독일 전장 기업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부를 인수했다. 삼성전자는 또 헝가리에 1억3118만유로(약 2300억원)를 투자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연구개발(R&D)센터와 하만의 전장 생산기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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