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협약'을 둘러싼 논란이 주주단체의 공동 행보로 번졌다. 이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답변에 나서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와 투자자보호연합회는 12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의 영업이익을 노사 합의만으로 사전 배분하는 방식은 상법이 정한 이익배당 절차를 우회한 것"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의 주주총회 결의 의무화에 대해 직접 입장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진 투자자보호연합회 대표는 "내년 성과급이 50%든 100%든 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정당한 절차만 거친다면 논란은 해소된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까지 회사가 명확한 답을 내야 한다"고 했다. 글로벌 영업이익 1위를 앞둔 시점에 노사 협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외 자본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주총 우회한 위법배당" 주장
두 단체가 문제 삼는 것은 지난달 27일 가결된 삼성전자 임금협약이다.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을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고 그 효력을 다년간 유지하는 내용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9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는 노사 합의를 체결했다.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두 회사의 협약은 연간 영업이익의 약 10%에 이르는 조 단위 성과급을 회사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한 점에서 본질이 동일하다"며 "주총 의결과 상법 제462조가 정한 이익배당 절차를 우회한 사실상의 위법배당"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단체소송 경험이 있는 법무법인과 함께 무효확인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의 미래 가치가 다년간 특정 집단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다른 주주는 지분 가치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단체의 논리다. 다만 단체는 "근로자에 대한 성과 배분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배분의 절차에 흠결이 있다는 점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비중 상향에 압박 강화
자본시장 차원의 압박도 더해졌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지난달 28일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9%에서 20.8%로 상향한 점이 변수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최대주주이자 시장 전체를 폭넓게 보유한 '유니버설 오너'인 국민연금이 침묵할 명분이 없어졌다"며 국민연금에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안건 상정과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블랙록과 뱅가드, 캐피털그룹,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해외 주요 기관투자자에도 같은 취지의 서한을 발송한 상태다. 단체는 삼성전자에 청구한 주주명부 열람·등사가 거부되자 가처분 소송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사안은 정부의 제도 개편 논의와도 맞물려 있다. 정부는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는 방식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자본시장법·상법·노동조합법에 이를 명시하는 방향까지 거론된다. 주주운동본부 측은 "법이 강제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먼저 절차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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