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머지않은 장래에 집값이 미친 듯이 뛰어오르는 참사라 벌어질 수 있다"고 이재명 정부에 경고를 보냈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 14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집값 폭등을 막지 못하면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미시경제학과 재정학 분야의 대가인 이 교수는 대표적 진보 경제학자로 꼽힌다.
그는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경우 출범 초 집값이 비교적 안정세를 보인 행운을 누렸으나 이재명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심상치 않은 집값 폭등의 전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는 이재명 대통령을 지목했다.
이 명예교수는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한상공회의소 간담회에서 '집을 투자나 투기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 발언했다"며 "그 발언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가 그런 발언을 했으니 이제 사람들은 부동산 투기에 팔을 걷어붙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게다가 그는 후보 시절 자기가 대통령이 되면 세금을 중과하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는 말까지 여러 번 되풀이했다"며 "말하자면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방임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서도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길이 없고 억지로 하려다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지난 대선에서 무조건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무책임한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후보에게 아주 작은 표 차로 석패한 트라우마 때문일 것"이라고 발언의 배경을 분석하면서도 "이재명 후보는 공연히 쓸데없는 발언을 해서 사람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준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그동안의 어떤 부동산 정책도 집을 투자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막은 적은 없음을 알 수 있다"며 "부동산 투기억제책의 본질은 투자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투자에서 오는 수익률을 낮추는 데 있다. 유일한 방법은 세금 중과"라고 강조했다.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주택 정책에 대해서는 "집값 안정 효과를 내려면 아주 긴 시간이 흘러야 한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주택시장에 부는 가격 상승의 바람을 초기에 잠재우지 못하면 집값 폭등은 필연적 결과가 된다"고 내다봤다.
이 명예교수는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게 만들려면, 자신이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씩 끌어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부득불 세금을 중과할 수밖에 없다"며 "주거 안정 없이는 서민의 삶이 결코 안정될 수 없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어물쩍거리지 말고 한시라도 빨리 분명한 투기억제책의 청사진을 내보여야 한다"며 "집값 폭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른 일을 아무리 잘했다 하더라도 결코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